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재밍’의 금지어 목록을 두고 온라인이 시끌시끌하다. ‘한국’, ‘대한민국’ 같은 단어가 금지어에 포함된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는가 하면, 마치 놀이처럼 해당 금지어를 공유하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23일 공개된 내용 등을 종합하면 재밍의 금지어로 ‘한국’ ‘대한민국’ ‘관리자’ ‘운영자’ ‘주인장’ ‘president’(대통령) ‘CEO’(최고경영자)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이름인 ‘윤석열’ 등이 설정됐다. 또 욕설이나 특정 성별·지역 등 혐오 표현, 성적 은어 등도 닉네임으로 등록을 할 수 없게 조치됐다.
민주당 선대위 측은 “무언가의 대표성을 갖는 단어를 조합해 악용할 수 없게 하고자 개발사가 금지어를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을 금지어로 등록한 이유에 대해선 “한국이나 대한민국에 부정적인 키워드를 접목하지 못하게 하려는 취지”라며 “’president’가 포함된 것도 같은 취지”라고 말했다.
상대 후보나 진영을 비하하는 표현도 금지어에 등록됐다. 민주당 선대위는 ‘닭근혜’ ‘윤도리’ 등을 예로 제시했다. 이 후보의 형수 욕설 사건을 조롱하는 표현인 ‘찢’도 금지어다.
한 네티즌은 ‘찢’이란 말이 들어간 ‘찢어진종이’를 닉네임으로 설정하려 했으나 할 수 없었다며 관련 화면을 캡처해 올렸다.
다만 금지어와 관련된 재밍의 자체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올림픽 편파판정, 동북공정 논란으로 감정이 안 좋은 중국이나 역사적 갈등을 빚은 일본과 북한 등은 허용하면서 한국은 왜 금지어인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자신을 광주시민이라고 소개한 누리꾼은 “‘광주의아들’이라는 닉네임을 쓰려고 했으나 ‘광주’가 금지어로 설정돼 있더라”며 “서울·대전·대구·부산·울산 다 허용하면서 ‘광주’만 금지어로 설정해 놓은 이유가 무엇이냐. 갈등이 생길 수 있는 요인을 던져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를 조롱하는 목적으로 닉네임을 설정한 회원들이 민주당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 민주당 선대위는 전날 재밍 개설 직후 성명 불상자들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해 이 후보를 비방하는 닉네임 사용자의 게임 득점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1∼10위 상위권에 노출되게 했다며 이들을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당시 1위부터 10위에 올라간 닉네임을 보면 1위 ‘사라진초밥십인분’, 5위 ‘법카쓰고싶다’, 6위 ‘혜경궁스시야’, 7위 ‘박인복 형수’, 8위 ‘형수님’, 9위 ‘국내최고횡성한우’ 등이 있다. 이 후보의 형수 욕설 사건과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횡령 의혹을 비꼬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민주당이 해당 회원을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자 야권에서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국민이 갖고 놀고 즐기라고 돈 들여서 만든 콘텐츠일 텐데 그걸 즐기면 고소해버리는 이 황당함”이고 적었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은 “모든 사례와 통계, 관련 자료 수집한다. 법률지원, 여론 대응 필요하신 분 모두 연락 달라. 원희룡이 도와드리겠다”며 “제가 몇 번째 고발당한 사람인지 카운트해서 발표하겠다”고 했다.
재밍은 민주당 선대위가 젊은 유권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취지에서 지난 15일 공개한 플랫폼이다. 이 후보 이름인 ‘재명’과 현재진행형(ing)을 합성한 단어다. 이 플랫폼은 재밍 오리지널, 위키잼, 공약잼, 참여잼 등 4개의 카테고리로 구성되며 참여잼에서는 ‘잼스텔라’와 ‘잼드라이브’ 등의 게임을 할 수 있다. 게임이 끝나면 점수, 아이디와 함께 10위까지의 기록이 노출된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