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긴장을 고조한 우크라이나 상황을 대화로 해결할 여지를 남겨 완급을 조절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AFP통신과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푸틴 대통령은 23일(한국시간) 조국수호의 날 기념식 연설에서 “우리는 언제나 직접적이고 진솔한 대화, 가장 복잡한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는 데 열려 있다”며 “러시아의 국익, 시민의 안보는 협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시아 반군에 의해 수립된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을 각각의 독립국으로 인정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한 뒤 평화유지 활동을 앞세운 러시아군 파병을 명령했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EU)은 아직 단행되지 않은 러시아의 파병 계획을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로 보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도네츠크·루간스크인민공화국에 이어 러시아 금융기관, 푸틴 대통령의 측근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발표했다. 제재 대상의 미국 내 보유 자산은 동결됐고, 미국의 개인·법인과 거래도 금지됐다. 하지만 이런 제재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영토 진입을 억제할 만큼 강력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외교적 해법’ 발언은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조국수호의 날은 2002년 푸틴 대통령에 의해 제정된 법정공휴일이기도 하다.
당초 오는 24일로 예정된 미국과 러시아의 외무장관 회담은 이미 결렬됐다. 이로 인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주선으로 성사될 여지가 생겼던 미·러 정상회담은 사실상 무산됐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안보에 대한 우려를 논의하기로 했지만, 그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을 경우에 한해서였다”며 “더는 라브로프 장관을 만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