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에게 혼쭐 난 출제 당국, ‘밀실 심사’ 없애고 이의심사 개선

입력 2022-02-23 16:40
출제오류 논란이 불거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사태에 따라 생명과학 점수가 나오지 않은 '빈칸 성적표' 연합뉴스 제공

앞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 고난도 문항은 별도의 검증·검토 절차를 신설해 문항오류 가능성을 줄이기로 했다. 문제나 정답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 학부모 등 외부 인원을 검토 과정에 참여시키고, 이에 참여했던 자문 학회의 실명을 공개한다. 밀실에 앉아 출제 당국과 몇몇 교수들이 해온 ‘짬짜미’ 이의심사 관행에서 탈피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23일 이런 내용의 ‘수능 출제 및 이의심사 제도 개선방안 시안’을 발표했다. 이번 시안은 ‘빈칸 수능 성적표’ 사태를 불러온 지난해 수능 생명과학Ⅱ 문항 오류에 대한 후속조치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다음 달 확정 발표된다.

출제 단계에선 사회·과학탐구 영역 검토위원을 현재 8명에서 12명으로 확대한다. 전체 출제 기간도 기존 36일에서 38일로 늘어난다. 인쇄 기간을 제외한 총 출제 기간이 국어·수학·영어 영역은 기존 21일에서 23일로, 탐구영역 등은 기존 18일에서 20일로 늘어난다.

고난도 문항 검토단계도 신설된다. 기존에는 출제·검토 절차가 문항 출제 후 1차 검토, 문항 수정, 2차 검토, 문항 수정, 최종본 제출의 단계로 이뤄졌으나 최종본 제출 전 고난도 문항 검토 절차가 새롭게 마련된다. 교육부는 “고난도 문항은 다수의 조건이 활용되거나 다양한 풀이 방식이 있을 수 있어 집중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문항 오류 이의심사 제도도 강화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이 맡아온 이의심사위원장을 외부인사에게 맡기기로 했다. 검토 위원으로 법조인과 현장교사, 학부모 등이 들어간다. 외부위원 비중은 55.6%에서 81.8%로 확대된다. 문항 오류를 제기한 전문가(소수의견 제기 전문가), 자문 학회 등은 참고인 자격으로 검토 절차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또 문항오류 가능성이 있는 ‘중대 사안’ 발생 시 3개 이상의 학회에 자문을 요청하고 자문 학회 이름 및 자문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다. 생명과학Ⅱ 오류 논란 당시 평가원은 해당 문항에 대해 ‘오류 아님’ 판정을 발표하면서도 외부에 어떤 학회에서 자문을 받았는지조차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