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의 산실이었던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이석영(1855~1934) 선생의 직계후손이 이 선생 서거 88년 만에 공식 확인됐다.
국가보훈처는 23일 “독립유공자 이석영의 장남인 이규준 선생은 온숙·숙온·우숙 세 딸을 뒀고, 그 세 딸의 자녀 중 10명이 생존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훈처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온숙씨의 딸 최광희씨와 숙온씨의 딸 김용애씨가 이규준 선생의 외손녀라며 독립유공자 유족 등록 신청을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신청인의 제적부에 기재된 조부모 이름이 ‘이규준’과 일치하지 않아 후손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보훈처는 1967년 10월 14일자 국내 언론에 보도된 우숙씨의 ‘가족 찾기’ 기사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대만에 살던 우숙씨가 만주사변 등으로 연락이 끊긴 언니들을 찾아 달라는 내용의 기사였다. 보훈처는 이 보도를 바탕으로 주타이베이 대한민국대표부에 협조를 구해 우숙씨의 대만 호적등기부와 자녀 관계, 연락처 등을 확보했다. 이후 호적등기부 등에 대한 분석 작업을 거쳐 우숙씨가 이석영 선생의 직계후손임을 확인했다.
보훈처는 대만에 사는 우숙씨의 자녀들과 최광희씨, 김용애씨의 유전자 검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고 ‘동일 모계’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보훈처는 확보한 자료와 유전자 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 ‘독립유공자 후손 확인위원회’에 상정, 한국과 대만에 거주하는 10명을 이석영 선생의 후손으로 의결했다.
이석영 선생은 1910년 이시영·이회영 선생 등 여섯 형제와 함께 전 재산을 처분한 뒤 만주로 떠나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하고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신흥무관학교는 폐교될 때까지 10여년간 약 2100명의 독립군을 배출했다.
이 선생은 일제의 지명수배를 피해 은거하다 1934년 상하이에서 생을 마쳤다. 정부는 선생에게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선생의 장남 이규준(1897~1928) 선생도 신흥무관학교 졸업 후 항일비밀운동단체 ‘다물단’ 등에서 활동했다. 정부는 2008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