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도 방황합니다”… 성장통 겪는 3040 담은 드라마 시청자 위로

입력 2022-02-23 16:34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의 주인공 남금필. 티빙 제공

오늘 점심시간에는 꼭 보쌈을 먹어야 했다. 점심 메뉴를 고를 권리도 없는 삶은 싫다. 보쌈의 명가를 찾다가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사무실에 복귀했다. 시말서를 쓰라는 사장의 지시에, 이 부당함에 염증이 확 느껴졌다. 사직서를 던져버렸다. 사실 보쌈은 핑계였다. 무의미한 ‘밥벌이’에 지친 마흔넷의 남금필은 ‘늦깎이 백수’가 돼 자아를 찾는다.

지난 18일 첫회가 방영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의 주인공 남금필은 아무 대책 없이 회사를 나와 웹툰 작가를 꿈꾸기 시작한다. 벌써 독립했을 나이지만 아버지 집에 얹혀산다. 아내 없이 딸을 키우고 있다. 딸에게 용돈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돈을 빌린다. 그 돈으로 웹툰을 그리기 위해 태블릿을 산다. 아파트 주민들은 그를 한심하게 바라본다. 아버지 속도 타들어 간다. 남금필은 아버지에게 “저는 백수가 아니라 자아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라고 말한다. ‘자아를 찾는 백수로서 최선을 다해 방황하고 있다’고 되뇐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의 주인공 남금필. 티빙 제공

최근 성장드라마의 주인공이 ‘고령화’되고 있다. 인간으로서 방황은 20, 30대만 하는 게 아니었다. 중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여전히 헤매고 아파하며 성장하는 30, 40대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방황은 당신만 하는 게 아니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동년배의 시청자들에게 던진다.

JTBC 드라마 ‘서른, 아홉’ 역시 곧 마흔을 앞둔 세 여성이 겪는 불안감, 허탈함 등의 감정을 섬세히 그려낸다. 마흔을 앞두고 있지만 뭐 하나 제대로 한 게 없는 것 같다. 사랑에는 여전히 서툴다. 이 드라마는 동년배에게 공감을 일으키는 스토리로 방영 2회차에 시청률 5.1%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JTBC 드라마 '서른, 아홉'의 세 주인공. JTBC 제공

이들의 방황은 언뜻 보면 철없어 보인다. 하지만 인간은 죽을 때까지 성장한다는 명제를 떠올리면 이만큼 자연스러운 것도 없다. 대학 졸업, 취업, 결혼 등 인생의 모든 절차가 조금씩 미뤄진 탓도 있다. 예전에는 마냥 어른처럼 보였던 나이가 바뀌고 있다. 정석희 대중문화 평론가는 “지금 30, 40대는 예전처럼 어른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아니다. 이 나이대는 사회 부조리와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고충을 심하게 겪어 성장통이 더 심하다”고 분석했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사회 시스템에 정착하는 시기가 사람마다 다양해지고 평균수명이 고령화된 점이 반영됐다”며 “집 하나도 부모 도움 없이 살 수 없는 현실에서 30, 40대가 20대만큼 불안해하고 위축되는 현상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성장 드라마의 연령이 더 높아져 노년에 삶의 의미를 찾는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