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수상했었다…카카오택시 몰래 호출해보니

입력 2022-02-23 15:11 수정 2022-02-23 16:57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카카오택시 호출이 잘 안 된다는 지적에 서울시가 조사를 벌인 결과 ‘승객 골라태우기’ 정황이 일부 드러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23일 “카카오택시 실태조사 결과, 목적지 표출에 따라 택시기사가 승객을 골라태우고 있다는 정황이 일부 포착됐다”고 밝혔다. 시의 실태조사는 조사원이 승객을 가장해 카카오택시를 직접 불러서 탑승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841대를 호출한 결과다.

시는 구체적으로 평일 밤 시간대에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단거리 통행의 호출 성공률이 23%로 가장 낮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조건에서 장거리를 이동하는 경우엔 호출 성공률이 54%에 달했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은 “단거리 호출 실패율이 장거리보다 높은 것은 승객 골라 태우기를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는 전반적으로 카카오택시로 일반택시를 호출해 배차가 성공된 건을 분석한 결과했을 때는 장거리(81.8%)보다 단거리(66.4%), 주말(88.1%)보다는 평일(63.3%), 아침(79.0%)과 저녁(83.2%)보다는 밤 시간대(58.6%)일수록 호출 성공률이 낮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최근 택시업계가 불만을 제기하는 카카오택시의 자사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에 대한 조사도 했다.

조사에서는 일반택시를 호출해 배차된 경우의 약 39%가 가맹택시인 ‘카카오T 블루’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주말, 단거리, 아침일수록 가맹택시가 배차 비율이 높았다. 특히 승객이 많은 ‘평일 밤 시간대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호출은 가맹택시 비율이 16.7%로 가장 낮지만, 승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주말 아침 도심에서 도심으로 가는’ 호출은 86%로 가맹택시 배차 비율이 가장 높았다.

다만 시 관계자는 “카카오택시의 배차 알고리즘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콜 몰아주기에 대해서는 더 구체적인 조사·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토교통부에는 가맹·중개택시 인·허가 등 관리 권한을 시도지사에 위임해줄 것을 건의하고, 목적지 미표기 등 제도개선도 요청할 계획이다. 또 자료는 ‘카카오택시 콜 몰아주기’를 조사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공한다.

백호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카카오택시는 택시 플랫폼 시장의 90% 가까이 점유할 정도로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며 “시민들의 택시 이용 편의 증진과 공정한 택시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