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안정엔 역시 치킨” BBQ회장이 밝힌 ‘치킨연금’ 탄생비화

입력 2022-02-23 11:48 수정 2022-02-23 13:17
쇼트트랙 국가대표 황대헌은 이번 대회에서 남자 1500미터 금메달, 5000미터 계주 은메달을 획득했다. 연합뉴스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BBQ의 윤홍근 회장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대헌(23·강원도청) 선수의 ‘치킨연금’은 선수 심리 안정을 위함이었다는 탄생 비화를 전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인 윤 회장은 베이징올림픽 기간 한국선수단장을 맡았다.

윤 회장은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치킨연금이 중국의 편파판정에 따라 선수단 철수 여부를 논의하던 심각한 시점에서 나온 이야기였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황대헌 선수가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치킨을 좋아한다. 그중에서 BBQ ‘황금올리브유 치킨’을 가장 좋아한다”고 하자 그에게 “평생 치킨을 제공하겠다”며 치킨연금 지급을 약속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윤 회장은 치킨연금은 금메달을 딴 뒤 포상 차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1일 1치킨’ 해주면 메달을 딸 수 있을 것 같다”는 건의를 받고 선수 심리 안정 차원에서 받아들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7일 남자 쇼트트랙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이 1위로 통과했음에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 처리를 당한 일을 언급했다. 당시 ‘당장 철수하라, 보이콧하고 들어오라’는 연락을 밤새도록 받았다고 한다. 윤 회장은 “선수단 내부에서도 일부는 철수하자, 또 일부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했다”며 “새벽 3, 4시까지 잠을 자지 않고 선수단 관계자들과 논의했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그는 결국 선수들이 4년간 흘린 피와 땀을 생각해 철수 결정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치킨연금이 등장하게 됐다.

8일 중국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메인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쇼트트랙 편파판정에 대한 선수단장 긴급 기자회견에서 윤홍근 회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회장은 “철수하지 않고 끝까지 남은 경기에 임하기로 결정한 뒤 가장 시급한 게 선수들을 안정시키는 일이었다”며 “황대헌 박장혁 이준서 등이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심리치료가 제일 필요해 기자회견 후 세 선수를 같이 보자고 해서 달래줬다”고 말했다.

그때 “제가 ‘어떻게 하면 이러한 충격에서 벗어나서 평상심을 찾을 수 있겠느냐’ 했더니 갑자기 황대헌 선수가 ‘단장님, 저는 매일 ‘1일 1BBQ’를 하는데 평생 치킨 먹게 해주시면 어제 일 잊어버리고 제대로 금메달 딸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에 윤 회장은 “정말이냐,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황대헌 선수는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제가 지금부터 더 새로이 마음을 가다듬겠다”고 답했다는 후문이다.

윤 회장은 이어 “그러면서 (황대헌 선수가) 갑자기 ‘박장혁 선수도 ‘1일 1닭’을 하는데 장혁이형까지 지원해 달라’고 했고, 옆에 있던 이준서 선수도 ‘저도 매일 치킨을 한 마리씩 한다’고 하더라”며 웃음을 보였다.

윤 회장은 편파판정 등의 논란으로 선수 심리안정이 중요했다는 설명을 덧붙이며 이같이 치킨연금이 탄생하게 된 뒷얘기를 들려줬다.

황대헌은 결국 지난 9일 중국 베이징의 캐피털 인도어스타디움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우승을 차지해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대헌은 귀국을 앞두고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도 향후 활동계획을 밝히며 남다른 치킨 사랑을 드러냈다. 황대헌은 지난 17일 베이징올림픽 미디어센터에서 “(귀국하면) 우선 치킨연금이 확실한지 확인하고 싶다”며 “또 고생한 만큼 휴식을 취하다가 세계선수권을 다시 준비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