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대화 당분간 없다”…‘강 대 강’ 대결 양상

입력 2022-02-23 09:26 수정 2022-02-23 09:31

미국은 러시아가 먼저 긴장 완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정상회담, 외교장관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없다며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한 제재를 시작하면서 ‘강 대 강’ 대결 구도가 심화하는 양상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러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러시아가 군대를 철수해 우크라이나 상황을 완화하지 않는 한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외교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러시아가 방향을 바꾸지 않는 한 외교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됐다. 더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양 장관은 24일 만나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를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은 이날 라브로프 장관에게 회담 취소를 알리는 서한을 보냈다. 블링컨 장관은 “동맹 및 파트너들과 상의했고, 모두 동의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가 긴장을 완화하고 외교적 해결책을 찾는 데 진지하다는 어느 정도의 확신을 주기 위해 입증 가능한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면 미국은 외교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선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대화의 여지가 적다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시간이 아직 있다. 외교가 아직 가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완고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BBC와 인터뷰에서 “서방의 제재는 우리 발전을 억제하기 위한 도구”라며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보수성향 언론인의 유튜브 채널에서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친러 반군 자치단체의 독립을 승인하지 않았다면 제재도 없었을 것이라는 시각은 착각”이라며 “서방의 제재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서방은 이미 러시아 제재를 기정사실로 해 왔다는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제재 방안을 발표할 때 푸틴 대통령은 다른 회의에 참석 중이어서 연설 중계를 보지 않았다고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전했다.

군사적 긴장 고조도 계속됐다. 러시아 상원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해외 파병안을 승인했고, 러시아 외무부는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의 철수 준비를 시작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