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돈바스 파병, 당장 아냐…요청 있으면 군사지원”

입력 2022-02-23 04:01 수정 2022-02-23 09:42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 상원으로부터 해외 파병 승인을 받은 뒤 “지금 당장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으로 군대를 보내려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22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상원의 파병 승인 뒤 기자들에게 러시아는 돈바스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요청이 있을 경우 두 공화국에 군사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DPR, LPR과의 (우호)조약에는 이들 공화국에 군사지원을 포함한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도록 규정한 조항들이 있다”면서 “필요할 경우 우리는 맡은 책임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 당장 군대가 그곳(돈바스)으로 간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면서 “가능한 행동의 어떤 구체적 구상을 미리 얘기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현장에서 조성되는 상황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의 파병 요청은 우크라이나 돈바스의 DPR과 LPR로 군대를 파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DPR과 LPR의 독립을 승인한 뒤 공화국들에 러시아군을 파견해 평화유지군 임무를 수행하라고 자국 국방부에 지시했다.

동시에 DPR, LPR 두 공화국 지도자와 우호·협력·상호 원조에 관한 조약도 체결했고, 러시아와 두 공화국 의회는 이날 조약을 비준했다.

푸틴 대통령이 최종 서명한 조약에는 “양측 중 한 국가에 위협이 발생할 경우 공동방어와 평화유지를 위해 즉각 협의하고, 그러한 위협과 공격 행위에 대응하는 모든 조처를 할 의무를 진다”는 군사지원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이날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하는 최선의 해법은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야망을 포기하고 중립국으로 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돈바스 지역의 DPR과 LPR 소속 친러 반군과 정부군 간 무력분쟁 해결을 위해 2015년 체결됐던 ‘민스크 평화협정’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이 협정 이행을 통한 돈바스 분쟁 해결이란 기존 러시아의 방침이 폐기됐음을 선언했다.

그는 “민스크협정은 어제 돈바스 공화국 독립 승인 오래전에 이미 사멸했다”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그렇게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돈바스 공화국 독립을 승인한 것도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민스크협정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독립 승인을 통해 인정한 DPR과 LPR의 영토는 현재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을 포함한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행정구역 모두를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정부군이 장악 중인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지역에 대한 반군의 점령 공세를 지지할 것이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돈바스에 속한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는 각각 DPR과 LPR이 점령한 지역과 정부군이 통제 중인 지역으로 나뉘어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