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계좌만 빌려준 전주인가, 주가조작에 동참한 공범인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여부를 둘러싼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애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핵심들이 재판에 넘겨질 때 김씨의 이름이 공소장에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최근 들어 범죄일람표에는 그의 거래 내역이 드러난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김씨의 공모 여부에 대한 정치권의 공방은 격화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말을 아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검사 조주연)는 김씨의 주가조작 관여 여부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며, 김씨의 수익 금액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22일 밝혔다. 윤 후보는 지난해 10월에는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저희 집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보고 나왔다”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지난 21일 TV토론에서는 “손해본 것도 있고 번 것도 있고 하니까 정확하게 순수익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물러섰다.
김씨가 애초 윤 후보 측의 해명과 달리 어느 정도 수익을 거뒀다는 의혹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날 SBS는 김씨 개인 명의의 증권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라면서 김씨가 2010년 10월부터 2011년 1월 사이 9억4200만원가량의 차익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김씨가 꾸준히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사들인 시기는 검찰이 비정상적 주가 흐름을 의심한 시기와 겹친다고 한다. 이 시기에는 관련자들의 가장·통정매매로 의심되는 범죄일람표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검찰은 9억원가량이라는 차익이 검찰이 파악한 수치와 일치하는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대선 국면임을 감안해 수사 보안에 극히 신경을 쓰고 있다. 김씨의 출석을 요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조차 공식적으로 확인을 하지 않을 정도다.
다만 검찰이 김씨 등 이른바 ‘전주’들이 얻은 이익의 규모나 주가조작 공모 여부를 속히 밝혀야 한다는 여론의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앞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도 “도이치모터스 전주들이 주가조작 행위로 얻은 이익은 얼마인가, 이에 대해 검찰은 답을 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었다. 이 성명은 공소장 범죄일람표에 김씨의 계좌가 매우 빈번하게 등장한다는 내용의 뉴스타파 보도 이후 나왔다. 민변은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된 속칭 전주들을 기소하라”고 강조했다.
주가조작은 자본시장의 불특정 다수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기는 중범죄로 인식되고 있다. 결국 김씨가 단순히 계좌를 빌려줬는지, 주가조작과 관련한 정황을 전혀 몰랐는지의 여부가 향후 수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권오수 회장과 공범들을 재판에 넘긴 뒤에도 추가 수사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관련 수사 경력이 많은 한 전직 검찰 간부는 “전례를 보자면 단순히 계좌를 빌려준 역할 정도였다면 기소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거래가 빈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거 국면인 만큼 김씨를 상대로 한 신속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조민아 이경원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