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출산까지…분만 병상 비상에 “200개까지 확대”

입력 2022-02-22 21:09

임신부가 코로나19에 확진되거나 확진자와의 밀접 접촉으로 인해 분만이 임박해서도 병원을 못 찾아 길거리에서 헤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정부가 확진 임신부용 분만병상을 이달 중 200개까지 늘린다고 밝혔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22일 브리핑에서 “확진된 임신부가 읍압수술을 받고 분만할 수 있는 병상이 현재 82개”라면서 “이달 중 200개 병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확보된 82개 분만 병상은 수도권(강원 포함)에 54개가 있으며 충청권은 3개, 호남권 3개, 영남권 21개, 제주권 1개 등에 그친다.

정부는 다만 해당 병원 명칭은 공개하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진 임신부를 받는 것에 대한 부담 등으로 해당 의료 기관들이 비공개를 요청해서다.

박 반장은 현재 강원도에 별도 병상이 마련됐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병원이 특정되면 병원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면서 답을 하지 않았다.

정부는 현재까지 분석한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태아가 산모로부터 감염되는 수직감염은 일어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불안 요소가 있는 만큼 확진 임신부용 음압병상과 해당 임신부에게서 태어난 신생아를 격리할 수 있는 신생아실을 최대한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9일 경북 구미시에서 코로나19에 걸린 산모가 분만할 병원을 찾지 못하고 결국 보건소 1층 진료실에 마련된 임시 시설에서 출산하는 일이 있었다. 구미에서는 확진자를 수용할 분만실이 없는 상태였다.

광주에서는 코로나19 확진으로 재택치료 중이던 임신부가 격리 해제를 하루 앞둔 지난 15일 진통이 시작돼 119 구급차량을 이용해 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구급차 안에서 출산했다. 당시 확진자라는 이유로 받아주는 병원을 찾지 못해 수소문하다 분만이 임박해 벌어진 일이었다.

이 같은 일이 잇따르자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21일 “분만은 촌각을 다투는 응급 상황이기 때문에 발 빠른 대처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정부를 향해 분만 병상 확보를 촉구했다. 또한 개인 의료기관이 전담 병원으로 지정되기 어려운 만큼 공공 의료기관을 활용해 전국에 지역 거점 분만 의료기관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

정부는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코로나19 확진이 파악된 임신부가 모두 595명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들이 어디에서 출산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수집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지난 18일 경기도 수원시에서 자가격리 중이던 7개월 영아가 병원을 못 찾아 이송이 지연돼 숨졌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병상 부족 탓이 아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박 반장은 “구급대가 환자를 이송할 때 주변 병원에 환자 상태와 나이 등 정보를 주고 수용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라면서 “병원들이 (7개월 영아) 수용이 곤란하다고 했던 사유는 응급실 병상이나 격리병상이 있으나 소아과 전문의가 없다는 점, 영아에게 청색증이 나타난 상태로 소생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아의 경우 (병원이 수용을 결정할 때) 병상이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소아를 진료할 수 있는 의료진이 있는지도 영향을 미치는데 그런 상황들이 있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소방당국 측은 7개월 영아 사망과 관련해 응급신고 접수 뒤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10여 개 병원에 이송을 타진했으나 코로나19 중증 환자가 늘어난 탓에 수원지역 내로 이송이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수본은 수도권 기준 32개 의료기관에 소아에 우선 배정되는 병상이 496개 마련돼 있다면서도 어떤 기관에 소아 우선 배정 병상이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현재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전국에 5곳이며 소아전용응급실은 3곳이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