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 유행과 관련해 낙관론을 꺼내는 빈도가 부쩍 잦아졌다. 중증화율·치명률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메시지 관리 실패가 일상 회복을 늦출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앞으로 낮은 치명률을 유지하고 유행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면 오미크론도 다른 감염병과 같은 관리 체계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출구를 찾는 초입에 들어선 셈”이라고 밝혔다.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도 같은 날 “현재 오미크론 확산 양상은 지난 2년간 마주했던 코로나19 유행과 다르다”며 긍정적 메시지에 힘을 실었다.
이 같은 낙관에 근거가 없진 않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이후 국내 확진자 6만7207명을 분석한 결과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의 중증화율은 0.38%, 치명률은 0.18%로 나타났다. 델타 변이 확진자에선 두 수치가 각각 1.4%, 0.7%였다.
확진자 증가세에 비해 위중증 환자가 더디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9만9573명으로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9만명대를 기록했다. 주간 발생 패턴과 향후 전망 등에 비춰볼 때 23일 확진자는 10만명대로 다시 올라설 뿐만 아니라 종전 최다치인 10만9822명을 넘어설 공산이 크다. 반면 위중증 환자는 아직 지난해 12월 29일 기록한 1151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문제는 시기다. 일각에선 유행이 아직 변곡점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긍정적 전망만 강조하는 방식의 소통이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검사·진료체계와 격리 제도 개편, 점진적인 방역 조치 완화로 국민 개개인의 역할이 중요해진 상황이기에 낙관론의 위험 부담도 더 커졌다는 취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의 유행은 엔데믹화 초기 단계가 아니라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인한 의료 시스템 붕괴의 초입”이라며 “가뜩이나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안 받고 돌아다니는 상황이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오미크론 대유행이 얼마나 커질지, 결과적으로 의료체계에 어느 정도 부담을 줄지는 여전히 예단할 수 없다. 병상 가동률만 봐도 통계의 사각이 드러난다. 이날 0시 기준 위중증 환자는 480명인 데 반해 중증환자 전담 병상 이용자는 969명이다. 이는 오미크론 변이 특성과 관련돼 있다. 전파력은 강하고 중증도는 낮아지다 보니 코로나19 증상은 가벼워도 뇌졸중 등 별개의 질환 때문에 중환자 치료를 요하는 확진자들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메시지 관리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상충하는 메시지 중) 무엇을 더 강조해야 하는지에 관해 (소통 전략이) 여전히 부족하다. 엔데믹이 된다고 피해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라며 “방역 전환 필요성을 얘기하는 동시에 고위험군은 여전히 위험하다는 ‘투 트랙’ 메시지 전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