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과 주점에서 판매하는 소주 가격의 인상 여부를 두고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소주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하이트진로를 시작으로 다른 소주 업체들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자 업주들이 소비자 반응을 살피며 고심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22일 “소주 가격 인상, 다른 업주님들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서울 송파구 먹자골목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한 글쓴이는 “담당 주류업체에서 소주 가격을 인상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현재 소주를 4000원에 판매 중인데, 다른 업주님들은 5000원으로 인상하실 생각인지 의견이 궁금하다”고 적었다.
대체로 현재 판매 가격에 따라 업주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4000원에 판매 중인 업주들은 인상 쪽에 무게를 실었지만, 5000원에 판매 중인 업주 사이에선 동결하겠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가격 인상 계획을 밝힌 업주들은 “마포구에서 장사하고 있는데 5000원으로 올릴 생각이다” “요즘 시대 인건비와 원자잿값 생각하면 4000원은 싼 것 같다. 이 기회에 올려야겠다” “안 그래도 언제 올릴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대로 현재 가격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업주들은 “5000원에 판매하면서 술값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손님 없었다. 지금 가격 그대로 간다” “그냥 사탕 하나 서비스 나간다 생각하고 그대로 할 생각” “6000원에 팔면 손님 끊길 것 같다”고 언급했다.
맥주 전문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한다고 밝힌 회원은 “개인업주는 본인 판단에 따라 결정하면 될 것 같다. 아직 우리는 가격 인상에 관한 회사 차원의 얘기는 없다”고 답했다.
일단 인상은 보류하되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회원은 “추석 때까지는 분위기를 살펴볼 생각이다. 장사라는 게 주위 하면 따라가야 한다”고 썼다. 출고가 인상을 곧바로 소비자 가격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는 만큼, 안주 등 다른 품목의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업주도 있었다.
하이트진로는 23일부터 소주 출고가격을 기존 1081.2원에서 1166.4원으로 82원(7.9%) 인상한다.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360㎖ 병, 진로 등이 대상이다. 출고가는 80원 인상이지만, 식당에 납품되는 단가는 200~300원가량 뛸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트진로가 가격 인상에 나선 건 소주 출고가를 평균 6.45% 인상했던 2019년 5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업계 선두주자 하이트진로의 발표를 시작으로 다른 소주 업체 역시 속속들이 인상 소식을 전했다.
제조사의 출고가 인상으로 식당과 주점 등에서 판매하는 소주 가격도 1병당 현행 4000~5000원에서 5000~6000원 선으로 1000원 인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소주 출고가가 인상되면 식당에서는 인건비, 식자재 가격 인상분 등을 더해 병당 1000원씩 올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소주 출고가가 올랐던 2019년에도 식당 소주 가격이 3000~4000원에서 4000~5000원으로 뛰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