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발 급락… 크림반도 병합보다 충격 크고 반등 어렵다

입력 2022-02-22 18:03
22일(현지시간) 친러시아 반군이 통제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 러시아군 탱크가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운이 짙어지면서 22일 코스피지수가 2700선을 간신히 지키는 등 금융시장이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 증시는 전날(현지시간) 10% 넘게 폭락하는 등 글로벌 시장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주식과 암호화폐가 크게 출렁이며 하락하는 반면 금과 유가 같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뚜렷해지는 추세다. 8년 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분쟁보다 세계 증시에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일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1.35% 하락하며 2706.79로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260억원, 3820억원 매도하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코스닥지수는 1.83% 하락한 868.11로 장을 마쳤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세력을 승인하고, 군에 우크라이나 진입 명령을 내린 것이 투심을 악화시켰다.

분쟁 당사자인 러시아의 대표 주가지수 MOEX 지수는 전날 10.50% 급락했다. 크림반도 사태 이후 가장 크게 떨어진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증시도 2% 넘게 떨어졌다. 비트코인은 이날 3만6000달러대까지 하락하며 낙폭을 키웠다.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이날 코스피는 1.35% 하락했다. 연합뉴스

반면 금과 국제유가 같은 안전자산은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 선물가격은 이날 온스당 1915달러,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은 93달러까지 급등했다. 각각 최근 9개월, 7년 만에 기록한 최고치다.

증권업계는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2014년 2~3월 크림반도 병합 사태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14년 3월 크림반도 분쟁 시기 코스피는 2주일 간 약 3% 떨어졌다. 이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교전 가능성이 해소되면서 일주일 만에 낙폭을 만회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는 증시가 쉽게 반등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정학적 위기에 더해 각국 중앙은행이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돈줄 조이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박혜란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정학 위기 발발 시 흔히 목격되는 ‘금융시장 충격, 정책대응, 위험자산 급반등’의 패턴이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금리 인상과 경제지표 부진이라는 근본적 문제도 여전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해결돼도 글로벌 금융시장이 단기간에 추세 반전을 하고, 상승할 가능성은 낮다”며 “긴축, 경기 불안으로 인한 2차 하락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당국은 우크라이나 발 충격에 대비해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높아지면서 증시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 긴박하게 전개될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 대응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도 외화 유동성 관리를 강화하고 24시간 비상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