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미리 사두자” 가격 인상 앞두고 텅 빈 진열대

입력 2022-02-22 17:45
소주 업계 1위 하이트진로의 '소주 공장 출고가 인상'을 하루 앞둔 2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직원이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고 있다. 뉴시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소주를 대량으로 사들였다는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소주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하이트진로의 소주 출고가 인상을 하루 앞두고 미리 사두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22일 소주 가격이 오르기 전에 대량으로 소주를 사들였다는 후기글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이번 주 사촌 형제끼리 캠핑가기로 했는데, 모두 애주가들이라 어제 미리 1박스를 사 왔다”고 적었다. 이글을 본 다른 누리꾼들은 “나도 미리 사둬야겠다” “애주가들은 미리 사두는 게 낫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구매 수요가 몰려 소주를 살 수 없었다는 내용의 글도 있었다. 다른 누리꾼은 “집 근처 대형마트에 갔는데 소주가 하나도 없더라. 직원분이 급하게 창고에서 나르고 있었다”며 사진 한 장을 게시했다. 그가 올린 사진을 보면 가격 인상이 예정된 병 소주들이 모두 판매된 듯 5층으로 구성된 소주 진열대가 텅 비어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가격 인상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식당·주점 자영업자들도 대량의 매수 주문을 넣었다고 했다. 이날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소주를 박스 단위로 대거 쌓아놨다는 후기가 쏟아졌다.

서울 마포구에서 주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회원은 “내일부터 오르는 참이슬 후레쉬, 진로를 각각 30박스씩 대량으로 사놨다”고 밝혔다. 다른 업주들도 “판매 가격도 올려야 할지 걱정이다” “저는 지하 창고를 아예 소주 박스로 채워놨다” “오늘 한 번 더 주문할 예정”이라고 화답했다.

하이트진로는 23일부터 소주 출고가격을 7.9% 인상한다.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360㎖ 병, 진로 등이 대상이다. 출고가는 기존 1081.2원에서 1166.4원으로 82.2원 오른다. 하이트진로가 가격 인상에 나선 건 소주 출고가를 평균 6.45% 인상했던 2019년 5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업계 선두주자 하이트진로를 시작으로 다른 소주업체들도 도미노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무학은 다음 달 1일 소주 ‘좋은데이’와 ‘화이트’의 출고가를 1163.4원으로 평균 8.84% 올린다. 무학의 소주 출고가 인상은 2020년 1월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보해양조도 다음 달 2일 ‘잎새주’, ‘여수밤바다’, ‘복받은부라더’ 등의 출고가를 평균 14.6% 인상한다. ‘보해소주’는 오는 16일부터 출고가를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처음처럼’으로 유명한 소주 업계 2위 롯데칠성도 소주 가격을 인상할 전망이다.

소주 가격 인상은 주원료인 주정(에탄올) 값이 10년 만에 오르면서 시작됐다. 국내 주정 제조사들의 판매 전담사인 대한주정판매는 지난 4일 주정 가격을 평균 7.8% 인상했다. 병뚜껑 업체들도 공급가를 평균 16% 올렸다.

여기에 주류업체가 빈 병을 회수할 때 지급하는 취급 수수료까지 오르며 가격 인상 요인을 더했다. 환경부는 지난 7일 400㎖ 미만 빈용기 취급수수료를 30원에서 32원으로, 400㎖ 이상은 34원에서 36원으로 인상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