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맥주의 한국 시장 진출로 굳어진 ‘4캔에 1만원’ 공식이 깨지고 있다. 맥아, 알루미늄 등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고 물류비용이 치솟고 있어서다. 오는 4월에 주세 인상이 예정된 만큼 국산 맥주도 가격인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2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4캔에 1만원’하던 수입맥주 가격은 최근 1만1000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12월 하이네켄코리아가 하이네켄과 에델바이스, 데스페라도스 등의 4개 묶음 할인판매가를 1000원 인상하면서다. 같은 달에 호가든, 버드와이저, 스텔라 아르투아, 블랑1664, 산미겔 등도 행사가격을 올렸다.
이달 들어 도매가도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비어케이는 지난 16일 도매상에 공급하는 칭따오 330㎖ 캔 제품가를 100~120원, 640㎖ 병 제품가를 100~150원 올렸다. 기네스 도매가도 지난 1일 150~200원 인상됐다.
수제맥주도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제주맥주는 지난 1일 제주위트에일 등 6종의 공급가를 10% 올렸다. 수제맥주 시장 점유율 1위지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해서다. 제주맥주의 지난해 매출은 288억3891만원으로 전년 대비 33.8%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72억4889만원에 달했다.
가격 인상의 배경에는 원·부자재값과 물류비 급등이 자리한다. 수입맥아 가격은 지난해 3분기 1㎏에 926원으로 전년 대비 3.9% 올랐다. 같은 기간 홉도 1㎏에 2만5530원으로 7.7% 뛰었다. 여기에 맥주 캔을 만드는 데 쓰이는 알루미늄 가격도 지난달에 t당 3107달러(런던금속거래소 현물가격)를 기록하면서 전년보다 55%나 치솟았다.
국산 맥주도 올해 상반기에 가격 인상을 저울질 중이다. 오는 4월 1일부터 맥주 주세가 ℓ당 834.4원에서 855.2원으로 20.8원(2.49%) 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주세가 ℓ당 4.1원(0.5%) 오르면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맥주 제품 출고가를 1.36% 인상한 바 있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4월 주세 인상부터 물류비, 원재료 상승까지 가격 인상 요인은 충분하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