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이달 중순까지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수가 7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명 늘었다. 지난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발생한 사망사고의 84%는 ‘비수사 대상’으로 분류돼 법망을 빠져나갔다.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46일 간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는 64건, 사고사망자 수는 75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1.6명 이상이 산재로 목숨을 잃었다. 작년과 비교해 사고 건수는 6건 줄었지만 사망자 수는 3명이 늘었다.
중대재해법은 지난해 1월 26일에 제정돼 1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올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고용부는 1년의 준비 기간에 ‘최고경영자 처벌’ 가능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기업의 안전보건관리 의무를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법 시행 첫날 “중대재해법은 처벌보다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대재해법 시행 초기 상황을 보면 법제정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64건의 산재 사망사고 중 41건(64%)은 상시근로자 수가 50인 미만이거나 공사금액이 50억 미만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모두 중대재해법을 적용받지 않는 사업장들이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발생한 사망사고 19건 가운데 고용부가 이 수사에 나선 사고는 단 3건(16%)에 불과했다. 나머지 16건(84%)은 법 적용을 받지 않는 사업장에서 발생해 수사를 피해갔다. ‘중대재해법 예외 조항’ 부작용 우려가 현실화된 셈이다.
중대재해법 수사 대상에서 제외된 사망사고는 대부분 ‘안전 부주의’에서 비롯됐다. 지난 4일 A건설사 공사장에서는 노동자가 수로관 설치작업을 마친 후 수로 맨홀 내부를 청소하던 중 토사를 싣고 후진하는 덤프트럭 뒷바퀴에 치여 사망했다. 지난 14일 B종합건설 사업장에서는 천장 콘크리트 견출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뒤로 넘어져 숨졌고, 다음날 C건설사 공사장에서는 골재 정리를 위해 후진하는 로더(토목·건설용 운반기계)에 부딪힌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중대재해 분야 수사 인력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달 말 기준 산업안전감독관은 741명으로 정원(815명)보다 74명 부족했다. 중대재해법 가동 이후에도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이에 고용부는 “다음달까지 기술직 7급 77명을 신규로 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임 의원은 “중대재해법은 기업이 무엇보다 안전에 중점을 둬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는 데 가장 큰 목적이 있다”며 “법 시행 첫해부터 사망자 수가 과거보다 늘어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