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 화 많이 났다”… 민주당 ‘심상정 딜레마’

입력 2022-02-22 15:11 수정 2022-02-22 17:20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심상정 딜레마’에 빠졌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1일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경제 공약을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 경제’에 비유하며 맹공했다.

심 후보는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같은 범진보 진영의 이 후보를 겨냥한 ‘선명성 전략’을 쓰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심 후보의 공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172석의 거대 여당이 6석 소수정당에게 강력 대응할 경우 유권자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렇다고 이 후보의 아픈 부분을 꼭 집어 파고드는 심 후보를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는 22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전날 토론에 대해 “심 후보는 민주당에는 지나치게 가혹하고, 국민의힘에는 지나치게 관대한 것이 이해가 안됐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경기도 전도민 재난지원금을 비판한) 심 후보가 경제가 흐름이라는 것을 이해를 안 하시고 계신 것 아닌가 싶어 놀랐다”고 비판했다.

또 심 후보가 토론에서 ‘탄소배당’과 ‘토지이익배당’이 사실상 증세 아니냐고 비판한 것에 대해선 “심 후보께서는 증세가 정의라는 좌파적 관념을 많이 가져서 그런 것 같다”며 “이것은 새로운 제도로 봐야지, 세금을 걷는다는 국민의힘의 공격에 동조하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진보 진영의 대선 후보들이 TV토론에서 설전을 벌이고, 이후 서로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 후보가 세 차례의 토론을 거치며 심 후보에 불편한 감정을 갖게 됐다는 게 선대위의 설명이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가 상당히 화가 많이 난 것 같다”며 “심 후보가 진보 지지층을 뺏기지 않기 위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지난 11일 2차 토론에 이어 이번에도 (이 후보를 공격하려고) 아주 작정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심 후보의 전략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서울 지역 의원은 “정책이나 경제 지식에 있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검증할 게 훨씬 더 많은데 심 후보가 이 후보에 공세를 집중하는 게 안타깝다”며 “국민을 위한 선택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선 심 후보의 공세에 맞불을 놓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소수당으로서 정의당의 전략을 존중해줘야 한다. 거대 여당이 너무 공세적인 모습을 보이면 적절하지 않아 대응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 후보의 공세가 선거판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진보 지지층은 분위기에 따라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심 후보의 거친 발언이 표 결집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향후 심 후보와 갈등하는 모습을 최소화하고, 윤 후보에 대한 공격에 집중할 방침이다. 그러나 심 후보가 계속 이 후보를 겨냥한 비판을 이어간다면 대응 기조를 바꿀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세환 안규영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