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심상정 딜레마’에 빠졌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1일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경제 공약을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 경제’에 비유하며 맹공했다.
심 후보는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같은 범진보 진영의 이 후보를 겨냥한 ‘선명성 전략’을 쓰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심 후보의 공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172석의 거대 여당이 6석 소수정당에게 강력 대응할 경우 유권자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렇다고 이 후보의 아픈 부분을 꼭 집어 파고드는 심 후보를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후보는 22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전날 토론에 대해 “심 후보는 민주당에는 지나치게 가혹하고, 국민의힘에는 지나치게 관대한 것이 이해가 안됐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경기도 전도민 재난지원금을 비판한) 심 후보가 경제가 흐름이라는 것을 이해를 안 하시고 계신 것 아닌가 싶어 놀랐다”고 비판했다.
또 심 후보가 토론에서 ‘탄소배당’과 ‘토지이익배당’이 사실상 증세 아니냐고 비판한 것에 대해선 “심 후보께서는 증세가 정의라는 좌파적 관념을 많이 가져서 그런 것 같다”며 “이것은 새로운 제도로 봐야지, 세금을 걷는다는 국민의힘의 공격에 동조하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진보 진영의 대선 후보들이 TV토론에서 설전을 벌이고, 이후 서로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 후보가 세 차례의 토론을 거치며 심 후보에 불편한 감정을 갖게 됐다는 게 선대위의 설명이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가 상당히 화가 많이 난 것 같다”며 “심 후보가 진보 지지층을 뺏기지 않기 위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지난 11일 2차 토론에 이어 이번에도 (이 후보를 공격하려고) 아주 작정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심 후보의 전략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서울 지역 의원은 “정책이나 경제 지식에 있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검증할 게 훨씬 더 많은데 심 후보가 이 후보에 공세를 집중하는 게 안타깝다”며 “국민을 위한 선택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선 심 후보의 공세에 맞불을 놓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소수당으로서 정의당의 전략을 존중해줘야 한다. 거대 여당이 너무 공세적인 모습을 보이면 적절하지 않아 대응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 후보의 공세가 선거판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진보 지지층은 분위기에 따라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심 후보의 거친 발언이 표 결집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향후 심 후보와 갈등하는 모습을 최소화하고, 윤 후보에 대한 공격에 집중할 방침이다. 그러나 심 후보가 계속 이 후보를 겨냥한 비판을 이어간다면 대응 기조를 바꿀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세환 안규영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