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 내 ‘친러’ 공화국 독립 승인”…美 “제재 발동”

입력 2022-02-22 05:52 수정 2022-02-22 09:4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했다. 미국은 즉각 “예상하고 있었다”며 해당 지역에 투자·무역 중단 등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소집한 국가안보회의 긴급회의 뒤 국영 TV로 방영된 대국민 동영상 담화를 통해 두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또 DPR과 LPR 지도자들과 러시아·공화국들 간 우호·협력·원조에 관한 조약에도 서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DPR과 LPR의 주권을 승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돈바스 상황은 위기 수준에 이르렀다”며 자국 의회에 필요한 문서 비준 동의를 요청했다.

두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싸우는 분리주의 공화국 반군에 공개적으로 군대를 파견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결정으로 DPR 및 LPR과 갈등 중인 우크라이나와 전면 무력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더욱 커진 셈이다.

돈바스 지역에 속한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은 2014년 러시아가 주민투표 결과를 근거로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독립을 주장하며 자칭 DPR과 LPR 수립을 선포했다. DPR과 LPR은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를 상대로 무장 독립 투쟁을 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를 완전히 무시했다며 “러시아는 자국 안보를 위해 보복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꼭두각시 정권이 들어선 미국의 식민지”라고 비난하고 “우크라이나가 지금 당장이 아니라 나중에 나토에 가입한다고 해서 러시아에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핵포기 방침을 재고할 수 있다는 최근 우크라이나 측의 발언과 관련해서는 “빈말이 아닐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게 된다면 세계정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이 같은 러시아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있었고, 즉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지역에 대한 미국인의 신규 투자 및 무역, 금융을 금지하는 행정 명령을 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도 러시아의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모든 관련자가 우크라이나의 영토보전과 민스크 협정의 이행을 약화할 수 있는 일방적 결정이나 조치를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뒤자리크 대변인의 언급은 푸틴 대통령이 확대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DPR과 LPR의 독립 승인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공개 발언한 직후에 나왔다.

그는 “유엔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국경 내에서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주권, 영토보전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적대행위의 즉각 중단과 최대한의 자제, 그리고 모든 당사자가 긴장을 더 고조시킬 수 있는 행동과 언급을 피할 것을 촉구한다. 모든 문제는 외교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