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간스크주) 지역 반군 독립을 인정했다. 사실상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문을 연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발표 직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35분간 통화했다. 또 반국 독립국에 대한 즉각 제재를 발표했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분쟁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할 경우 이를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을 약속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회의 긴급회의 뒤 대국민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정부의 돈바스 지역에 대한 군사 공격과 대규모 포격 등과 관련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지도자의 독립 승인 요청이 들어왔다”며 “DPR과 LPR의 독립과 주권을 즉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래전에 내려졌어야 할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설 뒤 이를 인정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DPR과 LPR 지도자들이 서명식에 참석했다”며 “모스크바와 서방 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들 지도자와 러시아·공화국들 간 우호·협력·원조에 관한 조약에도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돈바스 지역) 시민들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의해 잔인하게 학대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우크라이나는) 꼭두각시 정권이 들어선 미국의 식민지”라며 “역사와 구성 면에서 러시아의 불가분 일부”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러한 움직임은 모스크바와 서방 간의 갈등을 확대하려 하는 푸틴 대통령의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분쟁지역을 독립국으로 인정하게 되면 분리주의 반군 지도자들이 러시아에 군사적 요청을 할 수 있는 길이 생기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국을 보호하기 위해 동맹국으로서 개입하겠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반군들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은 돈바스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은 돈바스 지역 전체를 통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가 이들을 인정하면서 러시아의 군사 개입은 우크라이나 정부 통제 지역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게 됐다.
NYT는 “우크라이나는 이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에 진입하는 것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즉각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런 러시아 움직임을 예상했고, 즉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곧 소위 DPR 및 LPR에 대한 미국인 투자와 무역, 자금 조달을 금지하는 행정 명령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또 “러시아의 국제적 약속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과 관련한 추가 조치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하자면, 이러한 조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추가로 침공할 경우 동맹국 및 파트너와 협력하여 준비한 신속하고 가혹한 경제 조치와는 별개”라고 강조했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NBC·ABC방송에 출연에 나와 “몇 시간 또는 며칠 내 침공이 시작될 수 있다”며 “군사작전이 매우 끔찍할 것으로 본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이것은 단순히 양측 군대 간의 재래식 전쟁이 아닐 것이기 때문에 더 큰 잔혹함이 있을 것임을 시사하는 정보 또한 우린 갖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