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자신이 변호했던 ‘조카 살인 사건’을 ‘데이트 폭력’으로 표현해 유족으로부터 피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해달라”는 내용의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후보 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28단독 이유형 부장판사에게 이 같은 답변서를 제출했다. 이 후보 측은 답변서에서 “원고의 주장 사실에 대해 일응 전부 부인한다”는 입장을 담았다. 이어 “피고는 구체적인 답변을 작성하기 위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중”이라며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대로 청구원인에 대한 상세한 준비서면을 제출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후보의 조카 김모씨는 2006년 5월 자신과 사귀다 헤어진 전 여자친구 A씨의 주거지를 찾아가 A씨와 그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아버지는 김씨를 피해 아파트 5층에서 뛰어내렸다가 중상을 입었다. 김씨는 1·2심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상고를 취하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김씨 사건 재판의 1·2심 변호를 맡았던 이 후보는 당시 재판에서 김씨가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감형을 주장했다. 이 같은 배경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이 후보는 조카 변호 경력을 언급하며 “제 일가 중 일인이 과거 데이트 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돼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후보의 해명은 또 다른 논란으로 번졌다. 이 후보가 살인사건을 ‘데이트 폭력’으로 지칭했다는 것이다. 이에 A씨의 아버지는 이 후보의 발언에 정신적 충격을 입었다며 지난해 12월 이 후보를 상대로 1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후보 측이 소장을 송달받고도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자 다음 달 17일 변론 없이 1심 선고를 내리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 후보 측이 답변서를 내면서 선고기일이 기존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족 측은 “시간을 끌기 위한 가장 전형적인 것”이라며 “제대로 성의있게 답변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고 이 후보를 비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