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갖다주세요” 112 신고, 알고보니 가정폭력 ‘SOS’

입력 2022-02-22 00:01
국민일보DB

“불고기 피자 라지 사이즈로 가져다주세요!”

지난 18일 오후 9시20분쯤 경기남부경찰청으로 다소 엉뚱하게 들리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한 여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자신의 주소를 속사포처럼 말한 뒤 “불고기 피자를 갖다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신고 전화를 받은 김정의 경사는 ‘전화를 잘못 걸었나’라고 생각하며 잠시 상황을 살피다 위급 상황임을 눈치챘다. 전화기 너머로 남성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던 것이다.

김 경사는 즉시 ‘코드 0’(강력범죄 현행범을 잡아야 할 때 내리는 대응)를 발령한 뒤, 피자 배달업체 직원인 척 “정확한 주소를 확인하겠습니다”라면서 침착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덕분에 신고자 위치를 파악한 경찰은 신고 접수 7분 만에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찰은 가정폭력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하고 여성의 남편을 현장에서 검거했다.

박기성 경기남부청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은 “과거 ‘짜장면이 먹고 싶다’며 112에 신고한 성범죄 피해자를 구조한 것과 비슷한 사례”라며 “112 직원들은 신고자의 말을 조금도 흘려듣지 않고 세심하게 진술을 청취,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에도 서울경찰청 112종합상황실로 “아빠, 나 짜장면 먹고 싶어서 전화했어”라는 한 여성의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경찰관은 여성이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임을 직감하고, 신고자의 아빠인 척 하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결국 여성이 머물고 있는 모텔과 층수를 알아냈고, 해당 모텔에서 남성 2명을 특수강간 혐의로 현장에서 검거했다.

만약 경찰이 장난전화로 여기고 전화를 끊어버렸다면 신고자는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도움을 청하는 신고자의 시그널을 알아차린 경찰의 날카로운 대처 덕에 신고자는 위급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