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내부고발 “철책 월북 보고 누락에, 입단속까지 시켰다”

입력 2022-02-21 18:26
새해 첫날 강원도 최전방의 22사단 GOP(일반전초) 철책을 통한 월북 사건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새해 첫날 탈북민이 육군 22사단 GOP 철책을 넘어 월북한 사건의 초동 조치 과정에서 부대 측이 중요 보고를 누락하고 장병들에게 입단속까지 시켰다는 내부고발이 나왔다.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커뮤니티인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 ‘월북 사건 당시 사건 은폐 의혹과 간부들의 직무유기, 갑질을 고발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자신을 22사단 소속 장병이라고 밝힌 A씨는 “지난 1월 1일 오후6시40분쯤 철책 상단부 압력에 의한 광망 절곡의 센서 감지 경보가 울렸음에도 상황실의 상황 간부를 포함한 그 누구도 미상 인원이 아군 열영상 카메라의 정중앙에 40초간 월 책하는 화면을 관측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심지어 상황 조치를 하던 병사가 ‘사람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철책 상단부에 압력을 가한 것 같다’라고 상황보고를 했지만 이를 대대에 보고하지 않았고, 대대 지휘통제실에서는 상황을 오경보로 무마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의 월책 가능성을 알리는 초기 보고가 있었지만 묵살됐다는 것이다.

A씨는 특히 이 과정에서 “중대 영상감시병들에게 입단속을 시키더니 결국 조사 과정에서 경보기 오작동이 아니었던 것이 밝혀지자 그제야 급하게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이어 “월북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 평상시에 중대 상황 간부들은 상황실 내에서 개인 휴대전화로 유튜브 감상, 부동산 구경 등을 했다”면서 “중대 영상감시병의 아군 GP를 겨냥하고 있는 적 GP의 총 안구 개방, 섹터 내 인원 유동 보고를 대대에 보고하지 않고 자체 누락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22사단 측은 이 같은 폭로에 대해 “지난 1월 월북 사건 발생 이후 상급부대로부터 과학화 경계시스템 및 작전 근무 기강 등 경계 작전 전반에 대한 정밀조사를 받았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인원들에 대한 조치를 진행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육대전에 전했다.

이어 “경계작전부대 간부들의 전문성 및 직무수행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장병들의 휴식 및 정비 여건도 보완해 군 본영의 임무 완수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