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된 단일화, 이제는 감정싸움…安측 “문자 보냈다” 尹측 “안 왔다”

입력 2022-02-21 18:09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6일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에 마련된 국민의당 고 손평오 논산·계룡·금산 지역선대위원장의 빈소를 조문한 뒤 나서고 있다. 오른쪽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연합뉴스

야권 단일화 논의가 좌초되면서 ‘윤석열·안철수’ 간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돌발적인 단일화 결렬 선언에 신뢰 문제를 거론하며 공격했다.

반면 안 후보 측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그간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마타도어’라는 주장을 펼쳤다.

국민의힘이 단일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어서 극적인 반전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단일화 협상 재개를 위해서는 양측이 감정을 추스를 냉각기가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선대본 관계자는 21일 “안 후보가 20일 오전 윤 후보와의 전화통화를 가질 때와 불과 2시간 뒤 단일화 결렬 기자회견 때의 태도가 너무 달라 놀랐다”면서 “신뢰 관계를 다시 복원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감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안 후보가 이 대표에 대한 불쾌감을 단일화 협상 결렬의 원인으로 지목한 데 대해서도 대선 후보답지 않은 처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이 대표의 행동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안 후보의 결정도 이해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라며 “안 후보가 정권교체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 대표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은 접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와 관련해 "더 이상 답변을 기다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저의 길을 가겠다"고 밝히며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당은 안 후보에 대한 국무총리·경기지사 제안설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CBS라디오에 출연해 “최악의 네거티브고 마타도어”라며 “국민의힘 관계자발로 나온 가짜뉴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도 “윤 후보는 입장 표명 전혀 없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에서 (안 후보의) 후보 사퇴설, 경기지사 대가설까지 퍼뜨리는 악의적인 일들이 있었다”면서 “국민의힘의 단일화 의지가 진정성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특히 안 후보 측은 이 대표의 사과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최진석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은 KBS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가 공개 사과나 대표직 사퇴 등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진정성을 표현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 에둘러 국민의힘 측에 이 대표에 대한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여기에다 윤 후보 측과 안 후보 측은 문자 메시지를 놓고 진실공방을 벌였다.

윤 후보 측은 안 후보가 20일 오전 10시쯤 윤 후보와 통화할 때는 단일화 결렬 얘기를 쏙 빼놓았다가 2시간 반 뒤인 오후 1시 30분 기자회견에서 전격적으로 결렬을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은 이날 윤 후보에게 안 후보가 ‘더 이상 답변을 기다리거나 실무자 간 대화를 지금 시작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서도 윤 후보 측 관계자는 “단일화 철회에 관한 안 후보의 문자 메시지는 오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본부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다만 국민의힘은 단일화 논의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이날 선대본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정권 교체를 위한 노력은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일화 협상 재개에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하지만 윤 후보 측이나 안 후보 측에서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사들이 많아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상헌 강보현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