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포기’ 우크라가 겪는 고초, 북한 핵무장 강화 부추길 듯

입력 2022-02-21 17:36
우크라이나 동부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통제하는 도네츠크 지역의 주민들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로 대피한 후 열차에 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간스크주) 지역의 반군은 정부군의 대규모 공격 위험을 이유로 관내 주민들에 러시아로 대피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연합뉴스

핵을 보유했다가 포기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 위협을 겪고 있는 상황이 북한의 핵무장 강화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과거 소련의 핵무기 배치로 핵보유국이 됐던 우크라이나는 소련 해체 이후인 1994년 러시아와 미국, 영국이 체결한 ‘부다페스트 각서’로 인해 비핵화를 시작했다. 우크라이나는 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을 받는 대가로 핵탄두를 모두 러시아에 넘겼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현재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이에 끼여 고초를 겪고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겪은 데 이어 올해도 러시아의 침공 위협으로 전운에 휩싸여 있다.

핵무기를 포기한 우크라이나가 열강들에 휘둘리는 모습이 북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방력 강화를 빌미로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북한이 핵무장에 더욱 열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21일 “북한 입장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힘에 의해 강대국이 얼마든지 약소국을 침범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북한으로선 힘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강화하게 되는 계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이 군사 자산을 동유럽에 대거 투입하면서 미국의 한반도 안보 비중이 작아질 경우 북한 입장에선 더욱 거리낌 없이 무력 강화에 나설 수 있다.

미국을 상대로 북·중·러 연대가 강해지는 것도 북한의 무력 증강을 촉진하는 요인이다. 중·러가 북한의 뒷배를 자처하면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로부터 자유로워진 상태에서 마음 놓고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결의안 도출이 중·러의 반대로 번번이 실패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중이 북한 미사일에 같은 목소리를 내야 그나마 비핵화가 되는데 지금은 북한이 ICBM을 쏴도 중·러가 유엔 결의안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할 동력이 줄어드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으로 북한의 미사일 도발 재개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는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포착된 열병식 준비는 여전히 초기 단계고, 서해위성발사장 등에도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외교가에선 ‘4월 위기설’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인데다 김일성 생일 110주년(4월 15일)이 있고,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