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29)씨는 21일부터 청년희망적금 접수가 폭주했다는 소식에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5부제 신청제에 따라 박씨의 신청 차례는 24일이 돼서야 찾아오기 때문이다. 예산이 한정된 탓에 일각에선 ‘선착순 마감’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박씨같은 사람들은 아직 이렇다할 안내조차 받지 못한 상황이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1개 시중은행은 이날 청년희망적금을 출시하고 가입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청년희망적금은 정부가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마련한 상품이다. 은행 이자·저축장려금·비과세 혜택 등을 종합하면 연 10% 수준의 이자 혜택이 제공된다.
당초 정부의 예상보다 가입 수요가 폭증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상품 가입이 시작되자마자 KB국민은행 모바일뱅킹 앱 ‘KB스타뱅킹’에서는 로그인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신한은행 ‘SOL’에서는 전자서명, 인증서 입력 등 단계에서 오류가 나타나며 소비자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그 외 NH농협은행 모바일뱅킹 앱의 ‘청년희망적금 가입’ 메뉴에서도 접속 오류가 발생하는 등 이용자 급증에 의한 전산 장애가 속출했다.
다수 시중은행 뱅킹 앱에서 이 같은 오류가 나타난 이유는 청년희망적금 가입 신청자가 정부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청년희망적금은 ‘연 10% 수준의 이자가 주어진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월초부터 대기 수요가 폭증했다.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일이 예견된 상황이었다는 뒷말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앱이 감당 가능한 동시접속자 수는 일정한 상황에서 대규모 가입수요가 몰리면 전산 장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누가 봐도 예상되는 상황이었는데 금융당국에서는 따로 대응 지침조차 전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자발적으로 내놓은 상품도 아니고 사실상 정부에서 출시한 상품인데 책임은 되레 우리(은행)가 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첫날부터 은행권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수요가 폭증하며 청년희망적금에 가입하려 했던 수요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예산이 조기에 소진되면 가입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올해 청년희망적금 사업예산은 456억원으로, 가입자들이 모두 최대 납입액(50만원)을 낸다고 가정하면 최대 38만명만 가입할 수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까지 5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우리·신한·NH농협은행)에서만 200만건의 ‘가입가능 여부 미리보기’ 신청이 접수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청년희망적금 가입이 선착순으로 마감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는 등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재테크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청년 없는 청년희망적금”이라는 짜증 섞인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청년희망적금은 가입 신청순서에 따라 운영하는 게 원칙”이라며 “다만 미리보기 서비스 운영 결과 당초보다 가입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돼 기획재정부와 운영 방향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