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최대 정치행사 ‘양회’ 맞춰 대만 가는 폼페이오

입력 2022-02-21 17:34 수정 2022-02-21 17:56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에서 대중 강경책을 주도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시작되는 다음 주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총통을 만난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중국 공산당을 ‘악랄한 독재 정권’, ‘마르크스·레닌주의 괴물’이라고 공격했던 인물이다. 지금은 차기 공화당 대선 주자 중 한명으로 거론된다.

대만 외교부는 21일 폼페이오 전 장관이 싱크탱크인 위안징기금회 초청으로 다음 달 2~5일 대만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대만에서 차이 총통을 예방하고 라이칭더 부총통, 유시쿤 입법원장, 우자오셰 외교부장 등 정관계 인사들과 기업 관계자를 두루 만날 예정이다. 중국 최고 정책 자문회의인 정협이 개막하는 4일에는 공개 연설이 예정돼 있다.

어우장안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폼페이오 전 장관은 대만의 굳건한 친구로서 임기 중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승인 등 대만·미국 관계에 공헌 했을 뿐 아니라 퇴임 후에도 대만을 위한 목소리를 내왔다”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전 장관은 반중 언행으로 일찍이 중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다”며 “대만의 민진당 당국이 미국을 이용해 독립을 모의한다면 불장난을 하다가 스스로 불에 탈 것”이라고 경고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트럼프 전 행정부의 반중 아이콘과 같은 인물이다. 당시 미국은 중국을 향해 ‘또라이’ ‘얼간이’ ‘악랄한 독재정권’ 등 온갖 막말을 퍼부었는데 이 중 대부분이 폼페이오 전 장관 입에서 나왔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퇴임 직전 미 정부 관리들의 대만 관리 접촉 제한 규정을 없애 양측간 공식 교류가 늘어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는 국무장관으로 발탁되기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있으면서 중국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취임하자 눈엣가시였던 폼페이오 전 장관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대중 강경파 28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중국의 자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미 정부의 중국 관련 움직임에 책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중국 관영 매체는 퇴임하는 폼페이오 전 장관을 향해 ‘반중 루저(실패자)’라고 비난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