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드문 ‘자책골 해트트릭’이 여자축구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에서 나왔다. 뉴질랜드 여자축구 대표팀 수비수 메이케일라 무어(26·리버풀)가 주인공이다.
무어는 2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의 디그니티 헬스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여자축구 4개국 대회 쉬빌리브스컵 미국과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가 전반에만 자책골로 세 골이나 내줬다.
경기 시작 4분 만에 무어의 불운이 시작됐다.
미국 소피아 스미스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걷어내려고 무어가 골문 앞에서 오른발을 뻗었지만, 무어의 발에 맞은 공은 그대로 자국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1분 뒤에는 미국 소피아 후에르타가 올린 크로스가 카타리나 마카리오의 머리를 스친 뒤 무어의 머리에 맞고 자책골로 연결됐다.
끝이 아니었다.
전반 36분에는 미국 마거릿 퍼스가 뉴질랜드 페널티 박스로 파고들어 찔러 준 공을 골문 앞에서 수비하던 무어가 걷어내려다 엉뚱한 곳에 빗맞아 또 자책골이 됐다.
스포르팅뉴스는 무어가 이날 오른발, 머리, 왼발로 ‘퍼펙트 자책골 해트트릭’을 기록했다고 조롱했다. 결국 뉴질랜드 대표팀 감독은 전반 40분 무어를 교체했다. 뉴질랜드는 무어의 자책골에 이어 연이은 실점으로 미국에 0-5로 졌다.
무어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고 결국 눈물을 보였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 여자 챔피언십 리버풀 소속인 무어에게 이날 경기는 자신의 50번째 A매치였다.
AP통신에 따르면 이트카 클림코바 뉴질랜드 감독은 경기 후 “어떤 선수나 훌륭한 경기를 하는 날도 있고, 힘든 경기를 하는 날도 있다. 오늘이 그에게는 힘든 날이었다”며 실의에 빠졌을 무어를 다독였다. 이어 “물론 슬프고 실망스럽겠지만 우리는 그가 얼마나 멋진 사람이고 선수인지 알고 있다”면서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는 모두 그의 편”이라고 무어를 응원했다.
상대 팀이었던 미국 대표팀 블라트코 안도노프스키 감독도 “세 번의 자책골 때 모두 그는 있어야 할 곳에 있었다”며 무어를 감쌌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