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블록체인 분야 선두 기업 두나무와 39년 전통의 BC카드가 손을 잡고 ‘메타버스 신용카드’를 내놓기로 했다. 카드 기반의 현실 속 경제 활동을 두나무 메타버스 플랫폼 ‘세컨블록’에 접목하려는 시도다. 카드사와 암호화폐·블록체인 기업 간 협업은 국내 최초다.
두나무와 BC카드는 21일 서울 강남구 두나무 본사에서 대체불가토큰(NFT) 및 메타버스 기반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인 ‘두나무 BC카드’ 출시를 위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두나무는 “블록체인 기술과 메타버스, 신용카드가 결합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에 따르면 새로운 카드는 현실 속 구매 활동을 가상세계에 NFT로 구현한다. 카드 소유자가 오프라인에서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하면 가상 현실에서도 NFT로 만들어진 동일한 스마트폰을 보유할 수 있는 식이다. 상품은 빠르면 올해 상반기 중 출시될 예정이다.
분야도 특성도 다른 두 기업이 힘을 합친 이유는 메타버스 산업 선점을 위해서다. 지난해 세컨블록을 출시한 두나무는 현실과 가상세계를 밀접하게 연결하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카드로 결제한 상품을 메타버스에서 활용·거래하는 방안을 폭넓게 검토 중이다.
독창적인 PLCC를 선보이고 있는 BC카드는 두나무와의 협업으로 신사업 발판을 마련했다. BC카드는 지난해부터 ‘블랙핑크 카드’ ‘시발(始發) 카드’ 등을 내놓으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향후 블록체인·핀테크 관련 상품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도 양사의 연결고리로 작용했다. 두나무는 케이뱅크와 제휴를 맺고 업비트 실명계좌를 발급하는데, BC카드는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다. 그룹사 전반에 쌓인 신뢰가 이번 협약에 영향을 끼친 셈이다.
카드업계와 블록체인·메타버스 기업의 교류는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7월 네이버제트와 협약을 맺었던 신한카드는 다음 달 오프라인과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쓸 수 있는 ‘제페토 선불카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카드사와 코인 거래소 간 협업을 통한 신사업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지난해 10월 비트코인 선물거래소 백트와 제휴를 맺고 암호화폐 결제가 가능한 직불카드 및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두나무와 BC카드는 이번 협약을 통해 “오프라인의 경험을 온라인으로 옮길 수 있는 여러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