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작가 천명관의 감독 데뷔작 ‘뜨거운 피’

입력 2022-02-21 16:05 수정 2022-02-21 16:28
21일 오전 열린 영화 '뜨거운 피'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이홍내, 최무성, 천명관 감독, 정우, 김갑수, 지승현(왼쪽부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작가가 보내 온 소설 초고를 하룻저녁에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다른 사람을 주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설 ‘고래’ ‘고령화 가족’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 천명관이 감독 데뷔작 ‘뜨거운 피’를 연출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영화는 김언수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느와르 작품이다.

이날 오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천 감독은 원작 소설과 영화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에 대해 전했다. 그는 “술자리에서 김 작가가 어릴 때 살던 부산 이야기를 해줬는데 너무 재밌어서 ‘그런 걸 소설로 써보지 그러냐’고 제안했다”며 “본인은 ‘그게 무슨 소설이 되겠냐’고 했지만 ‘그게 살아있는 이야기’라며 권했고, 소설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책을 쓰더니 엉뚱하게도 나한테 영화 연출을 맡아달라고 해 당황했다”면서 “처음엔 여러 번 거절했다”고 돌이켰다.

영화는 1993년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와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렸다. 정우, 김갑수, 최무성, 지승현 등 연기파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고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등에 출연한 신인배우 이홍내가 합세했다.

정우는 건달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평범한 삶을 꿈꾸는 만리장 호텔 지배인 박희수 역을 맡았다. 부산 출신인 정우는 실제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 ‘바람’(2009)으로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그는 “부산 배경의 작품들을 전에도 했기 때문에 비슷한 캐릭터가 반복되지 않을까 했다”며 “대본을 보니 날 것 그대로의, 거친 남자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 속 희수가 안타깝고 안쓰러워서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굉장히 공을 들였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천 감독은 “정우는 내가 당황할 정도로 매번 뜨겁고, 예측의 범위를 벗어나는 연기 준비를 해 와서 처음엔 그걸 소화하는 게 쉽지 않았다. 대본을 쓰면서 ‘이렇게 연기하겠지’ 하고 예상한 걸 맞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했기 때문에 제가 생각한대로 통제하기보다 본인이 준비한 것들에 신뢰를 가지게 됐다”는 뒷이야기를 전했다.

구암의 실세 손 영감 역을 맡은 김갑수는 “폭력 영화를 안 좋아해 거의 출연하지 않았는데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땐 독특하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영화같지 않았다”면서 “일반적인 느와르가 아니라 치열한 삶이 담긴 영화다. 나는 보스인데 액션 신도 없고 ‘읍소형 보스’”라며 웃었다. 그는 “서울 사람이라 사투리를 전혀 할 줄 모르는데, 말이 안 되니까 표현을 제대로 할 수 없어 그게 제일 어려웠다”는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소설가지만 오래 전부터 영화 연출을 꿈꿔 온 천 감독은 “충무로에 처음 발을 디딘 지 30년 만에 영화를 만들었다. 이전엔 생각한 것을 글로 구현했다면 영화는 복잡한 방식이지만 협업하는 과정”이라면서 “영화가 재밌고, 또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