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요새’ 호주, 2년 만에 빗장 풀었다…“돈 가져오는 것 잊지 마세요”

입력 2022-02-21 15:41
21일 호주 멜버른 공항 입국자들이 가족, 지인 등을 만나 기뻐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 2년 동안 강력한 입국 제한 조처를 했던 호주가 이날부터 백신을 접종한 여행자의 입국을 전면 허용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제 파티를 벌일 시간입니다.”

댄 테한 호주 관광장관은 ABC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들뜬 기분을 숨기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차원에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입국 제한 조치를 내리며 ‘요새’라는 별칭을 얻었던 호주가 21일부터 국경을 전면 개방했기 때문이다. 자그마치 2년 만이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여행객은 이날부터 호주 입국이 가능해졌다. 이날 호주에는 미국과 일본, 캐나다, 싱가포르 등지를 출발한 56편의 여객기가 잇따라 도착한다. 시드니에만 27편의 항공기가 당도한다.

시드니 공항에서 재회한 한 가족이 포옹하고 얼굴을 맞대며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호주 각지 공항에서는 입국자들이 마중 나온 가족과 친지, 친구와 감격의 포옹을 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약 2년 6개월 만에 재회해 진한 포옹을 나눈 소니카와 제이 커플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그동안 힘들었다”며 “전화 통화하면서 간신히 버텼다”고 말했다.

테한 장관은 이날 시드니 공항에서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 코알라 인형과 호주의 유명 잼 ‘베지마이트’를 손에 들고 입국자들을 직접 맞았다. 그는 “전 세계에 우리나라를 완전히 개방하는 것은 환상적”이라고 밝혔다.

호주 정부는 16세 이상 인구의 94% 이상이 2차 접종을 받은 만큼, 국경을 개방하더라도 방역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스콧 모리슨 총리는 전날 멜버른 국제공항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기다림은 끝났다”면서 “가방을 싸고, 돈 가져오는 것 잊지 마시라. 쓸 곳이 아주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년 만에 만난 할아버지와 손녀가 서로를 끌어 안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년간 막대한 타격을 입은 호주 관광업계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관광업은 호주 전체 노동인구의 5%가 종사하고 있는 주요 산업 중 하나로 연간 수익이 430억 달러(51조5000억원)에 달한다. 콴타스 항공은 이번주에만 1만4000명 이상의 승객이 자사 항공기를 타고 호주에 입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호주 2위 항공사인 버진 오스트레일리아는 국내선 예약이 긍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호주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3월 국경을 완전히 닫았다가 지난해 11월부터 자국민과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등을 중심으로 제한적 입국을 허용했으나 관광 목적의 입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까지 포함한 관광객의 입국을 전면 허용한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매체는 이스라엘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감염 폭풍의 정점을 넘어서면서 다음 달 1일부터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외국인의 이스라엘 입국이 허용된다. 백신을 맞을 수 없는 5세 미만 아동 등을 동반한 가족 단위 이스라엘 여행이 가능해졌다. 다만 이스라엘 입국을 희망하는 외국인은 비행기 탑승 전에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통해 음성 확인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고, 이스라엘 입국 직후 공항에서 다시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감염자 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닫았던 국경을 이제 점진적으로 개방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며, 새로운 변이가 출현하면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