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손댔다 공금 77억원 날린 7급 공무원 구속기소

입력 2022-02-21 15:17
공금 115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강동구청 7급 공무원 김모씨가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지법에서 열린 구속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금 115억원을 빼돌려 개인 주식투자 등으로 날린 혐의를 받는 서울 강동구청 공무원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부장검사 최형원)는 구청 폐기물처리시설 설치기금 115억원을 빼돌려 주식투자 및 개인채무 변제 등 사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강동구청 7급 공무원 김모(47)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김씨는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강동구청 투자유치과 등에서 근무하며 강동구청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 징수한 폐기물처리시설 설치기금 115억원을 구청 업무용 계좌에서 자기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38억원은 2020년 5월 다시 구청 계좌로 입금했지만 나머지 77억원은 대부분 주식투자로 날린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공금 횡령을 쉽게 하기 위해 2019년 12월~2020년 12월 모두 9차례에 걸쳐 SH 측에 허위 공문서를 보내기도 했다. 입출금이 어려운 구청 기금 관리용 계좌 대신 입출금이 쉬운 제로페이 계좌를 허위 기재해 기금납부 요청 공문을 보내는 방식이었다. SH는 공문에 기재된 계좌번호 명의가 ‘강동구청’으로 적힌 것을 확인하고 별다른 의심 없이 총 3차례에 걸쳐 115억원을 보냈다.

김씨는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해 ‘구청 내부 기금 결산 및 성과보고’를 허위 내용으로 꾸미기도 했다. 기금이 정상적으로 계좌에 적립돼 있는 듯 서류를 꾸민 뒤 상급자의 결재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몰래 이용해 ‘셀프 결재’하는 수법으로 구청 내부 의심을 피했다. 강동구청은 김씨가 부서를 이전하고 후임자가 4번이나 바뀌는 동안 김씨의 범행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검찰은 김씨에게 공문서위조·위조공문서 행사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김씨가 날린 77억원을 환수하기 위해 김씨 소유 재산 8억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를 했다. 기소 전 추징보전은 피의자가 범죄로 취득한 이익금을 사용했을 경우 당국이 해당 금액만큼 징수하기 위해 부동산 등 자기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다. 다만 김씨가 ‘고위험 고수익’ 주식투자 방식인 미수거래에 손을 댔다가 횡령금을 날린 것으로 조사된 만큼 나머지 69억원은 회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