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팬’, 그 이후… 다시 꿈틀거리는 일본차

입력 2022-02-22 06:24 수정 2022-02-22 06:24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중형 세단 ES300h. 렉서스코리아 제공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급감했던 국내 일본차 판매량이 조금씩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차종의 신차 출고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재고가 많아 상대적으로 빨리 인도받을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일본 자동차 업체의 주력인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이유도 있다.

2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등록한 일본차는 2만548대로 전년(2만564대)보다 0.1% 줄었다. 2019년 7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이전 수치(2018년 4만5253대, 2019년 3만6661대)와 비교하면, 판매량이 회복됐다고 보기 어려운 숫자다. 다만 브랜드별로 속을 들여다 보면 사정이 다르다.

렉서스는 지난해 9752대를 판매해 전년(8911대) 대비 9.4% 증가했다. 도요타는 6441대로 1년 전(6154대)보다 4.7% 늘었고, 혼다는 4355대를 판매해 전년(3056대)보다 42.5% 많이 팔았다. 일본차의 전체 판매량에서 큰 차이 없는 건 닛산과 인피니티가 2020년 5월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기 때문이다.

일본차 판매가 회복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촉발된 신차 출고 지연이 자리한다. 대부분 차종이 계약 후 신차를 인도받기까지 길게는 1년 이상 기다려야 하지만, 그동안 이어진 불매운동 영향으로 재고를 쌓아둔 일본차의 출고기간은 상대적으로 짧다. 일본차의 경우 대부분 차종이 계약 후 3개월 안에 인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이브리차량의 선전이 일본차 실적을 견인한다. 아직 전기차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택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전동화 전환’에 집중할 때 일본차 업체들은 이에 소홀해 전기차 기술력에서 뒤쳐졌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쟁력은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지난해 렉서스 판매량의 98%, 도요타 판매량의 93%를 하이브리드 차량이 차지했다.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중형 세단 ES300h는 지난해 11월에만 698대가 팔려 수입차 월간 판매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이 겹치면서 연비에서 뛰어난 하이브리드 차량의 선호도는 더 높아졌다. 지난해 12월 1일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68.87달러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는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차 업계 관계자는 “불매운동이 촉발된 지 2년 이상 지났지만 판매량이 급격하게 반등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하이브리드 차량이 인기를 끌면서 일본차 판매량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렉서스는 올해 첫 전기차 UX300e로 한국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혼다는 지난해 출시한 뉴 CR-V 하이브리드와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주력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