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철거공사 9억원에’…광주 학동 붕괴참사 HDC 임원 영장

입력 2022-02-21 11:48 수정 2022-02-21 11:49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21일 입찰방해 혐의로 현대산업개발(현산) 임원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광주 동구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와 관련, 일반건축물 철거 업체 선정과정에서 특정업체에 구체적인 입찰 가액을 미리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소위 ‘지명 경쟁’ 방식의 입찰을 하면서 최종 철거 업체로 선정된 한솔 기업 측에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경찰은 브로커에게 금품을 준 업체 2곳이 현산 측 지명에 따라 입찰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입찰 결과 한솔 측이 최종 선정됐으나 이면계약을 통해 탈락 업체인 다원이앤씨 측도 결국 철거 공사에 동참했다.

이 같은 입찰 비위는 결국 불법 재하도급으로 이어져, 최초 50억원 상당으로 책정된 철거 공사비는 불법 재하도급 업체에게는 11억원에 맡겨진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재판에서는 한솔 측이 11억원 중 2억원을 더 가져갔다는 증언이 나왔다. 경찰은 50억원으로 책정된 공사비가 9억원까지 줄어들어 부실 철거의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재개발 조합 측의 부탁을 받고 입찰가격을 미리 알려주거나 특정업체를 내정하는 수법으로 정당한 입찰을 방해했다. 하지만 A씨는 현재까지 자신과 관련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A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의 수사 보완 지휘에 따라 관련 서류와 증거를 보강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경찰은 A씨의 구속 여부가 결정되면 현산 본사내 결재라인에 있던 경영진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조합과 정비업체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추가 신병 처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지난해 6월 9일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져 시내버스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수사본부를 구성한 경찰은 붕괴 참사의 원인·책임자 규명 분야 관련 9명을 기소 의견 송치(5명 구속 송치)했으나 원청인 현산 측 관계자들을 불구속 상태로 송치해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경찰은 현산 측이 불법 재하도급을 알고 묵인한 정황에 따라 현산 안전부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건설산업기본법상 원청이 불법 재하도급을 지시·공모하지 않았으면 형사 처벌할 수 없다는 법 규정에 막혔다.

경찰은 보완 수사와 구속 영장 재신청을 거쳐 최종적으로 현산 임원에 대한 신병 처리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현산은 광주 학동 붕괴참사 발생 7개월여 만인 지난달 11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16개 층의 큰크리트 구조물이 한꺼번에 붕괴해 6명이 숨지는 대형사고를 다시 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