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군사적 긴장고조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했다. 외교·국방·정보·경제 최고책임자가 모두 바이든 대통령과 둘러앉았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독일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원격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백악관은 20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서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과 관련한 최근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NSC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같은 내용을 자국민에게 알린 트위터에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회의에 참석한 사진을 공개했다.
미 NBC방송은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해리스 부통령이 독일에서 돌아올 때 ‘에어포스 2’(공군 2호기) 안에서 원격으로 회의에 참여했다”며 “해리스 부통령은 뮌헨안보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뮌헨안보회의는 1963년부터 매년 2월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외교안보 분야 연례 회의다. 이번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열렸다. 이 회의에 참석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회동을 제안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 회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뒤 미국으로 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이날 오후 미 델라웨어주 윌밍턴 자택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미국은 매월 세 번째 월요일(21일)을 프레지던트데이로 지정하고 주말을 낀 사흘의 연휴를 갖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한 뒤 종종 주말에 윌밍턴을 찾아 휴식했다. 하지만 휴식 계획을 취소하고 백악관에 남아 NSC를 소집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보는 바이든 대통령의 인식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주목할 건 NSC에 소집된 수장들의 면면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장관도 소환했다. NSC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불거질 자원 수급 불균형을 대비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 백악관 연설에서 “수일 내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것이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앞선 유럽 국가들과 화상회의에서 16일을 개전의 ‘디데이’로 제시했지만 러시아는 당일에 공격을 개시하지 않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