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미국 민주당 현역 하원의원이 30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20일(현지시간) 집계됐다. 1992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많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면서 올해 중간선거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나타내는 암울한 지표로 평가된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캐슬린 라이스 뉴욕주 하원의원이 중간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30번째 민주당 의원이 됐다”고 보도했다. 라이스 하원의원은 지난주 “삶의 다음 장으로 넘어갈 때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를 보호하고 유권자들에게 봉사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돌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온건파인 라이스 의원은 자신의 생일날 갑작스러운 은퇴 선언을 하며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민주당에 암울한 이정표가 됐다”고 설명했다. 브루킹스연구소 집계에 의하면 선거 전 은퇴를 선언한 민주당 현역 의원이 30명에 달한 건 92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민주당 하원의원 41명이 재선 도전 포기를 선언했다.
스티브 이스라엘 전 하원의원은 “대부분 정치인은 다음 선거에서 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은퇴를 결정한다”며 “의회에 대한 (민주당) 불안감의 직접적 결과”라고 말했다.
2018년 중간선거 때는 공화당 하원의원 34명이 불출마를 선언했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행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분출돼 선거 승리 가능성이 작아지자, 현역 의원들이 미리 정계 은퇴를 대거 발표한 것이다. 당시 선거에서 민주당 물결이 확산하며 공화당은 하원 41석을 잃었다.
더힐은 “공화당 하원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다가올 일의 암울한 신호였다”며 “당시 선거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심판) 투표로 여겨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민주당은 4년 전 공화당이 처했던 상황보다 좋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의회에서 지연된 핵심 정책 의제, 치솟는 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 텃밭으로 평가되는 지역에서도 정권 심판론이 번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 버클리) 정부학연구소가 지난주 민주당 우세지역인 캘리포니아주 유권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47%에 그쳤다. 부정평가 48%보다 낮았다. 캘리포니아주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의 경우 부정평가가 50%에 달했다. 긍정평가는 30%에 불과했다.
이날 발표된 CBS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43%, 부정평가는 57%였다.
버지니아대 정치센터 카일 콘딕 선거 분석가는 “올해가 민주당에 좋은 해가 아닐 것이라는 신호가 많다. 민주당에서는 후보자 등록 마감일이 다가오면 더 많은 은퇴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