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주말 일정 취소…“러 주력부대 75%, 우크라 인근 배치”

입력 2022-02-21 06:56 수정 2022-02-21 07:36

러시아군 지휘관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속 진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정보를 미국 정보당국이 입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이미 지난주 군부대에 침공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국가안보회의(NSC)를 개최한 뒤 주말 일정을 취소하고 백악관에 머물기로 했다.

CNN은 이날 “미 정보당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라는 명령이 러시아 지휘관들에게 보내졌음을 나타내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며 행정부 관계자와 소식통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어 “지휘관에 대한 명령은 러시아가 침공을 위한 마지막 단계에 진입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미국이 주시하는 여러 지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CNN은 다만 “전자 교란 및 광범위한 사이버 공격과 같은 다른 (침공) 지표는 아직 관찰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CBS 기자 데이비드 마틴도 이날 자사 시사 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에 나와 “미국 지휘관들이 계속 진행 명령을 받으면 하는 것처럼 그들(러시아 지휘관)도 모든 일을 하고 있다”며 “미 정보 당국은 러시아군이 침공을 계속 진행하라는 명령을 실제로 받았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마틴은 “그래서 그들(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국경과 공격 위치에 점점 더 가까이 이동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상의 지휘관들은 자신의 전장에서 어떻게 작전을 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며칠간 공격이 임박했음을 반복적으로 경고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일요일인 이날 이례적으로 NSC를 개최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날 NSC 종료 후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과 관련한 최신 상황을 논의했다”는 짧은 내용의 보도자료만 배포했다. 다른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이날 회의는 2시간가량 진행됐다. 윌리엄 번스 CIA 국장, 마크 밀리 합참의장,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이 참석했다. 뮌헨안보회의 참석 후 귀국 중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전화로 참석했다. 러시아 제재 및 수출 통제, 에너지 분야 대응 등을 위해 재닛 옐런 재무장관,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도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도 15분가량 통화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05분 통화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휴전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통화 후 “양 정상이 현재 진행 중인 위기에 대한 외교적 해결책을 선호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해야 할 필요에 대해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NSC 회의 후 델라웨어주 윌밍턴 방문 계획을 취소하고 백악관에 머물기로 했다. CNBC는 “대통령이 예정된 계획을 빠르게 변경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경 주변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 상태로 오르는 등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다.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긴장 고조를 엄포라고 보지 않는다”며 “군사력을 사용한다면 엄청난 민간인 사상자를 내고, 난민 등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국경 주변의 군사적 긴장 고조도 계속되고 있다. CNN은 러시아군 기동부대인 대대전술단(BTG) 160개 중 120개가 우크라이나 국경 60㎞ 이내에 배치된 것으로 미 정보당국이 평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력부대 4분의 3이 우크라이나를 향해 배치된 셈이다.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 방공대대 50개 중 35개가 우크라이나를 겨냥해 배치됐고, 50대의 중·대형폭격기와 500대의 전투기 및 전투폭격기가 타격 거리 내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CNN은 “러시아가 타격 거리에 부대 전력을 집중 배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미국 정부가 판단하는 근거의 일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