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 벗고 다니길 좋아해” 발언 교수, 2심서 ‘반전’ 승소

입력 2022-02-21 06:46 수정 2022-02-21 10:02

“여자들은 벗고 다니길 좋아한다”는 등의 여성비하 발언을 수차례 하고 성희롱·추행 등을 저지른 이유로 해임된 대학교수가 징계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앞서 1심은 징계 사유가 모두 인정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던 사건이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0부(재판장 이원형)는 대학교수 A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1심 판단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수업 중 여성비하 발언을 여러 차례 하고 여학생들을 성희롱하거나 추행했다는 이유로 2019년 2월 해임됐다. 대학 측 조사 결과와 법원에서 인정된 사실관계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수업 중 “우리나라가 이렇게 된 것은 여자가 대통령을 맡았기 때문”이라거나 “여자가 무슨 학회장이냐”고 발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학생들에게 “다리가 예쁘다”거나 “여자들은 벗고 다니기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여학생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허리를 만지기도 한 사실도 드러났다.

A씨는 2019년 3월 해임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징계 사유가 모두 인정되고 잘못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운 조치도 아니라며 해임이 정당하다고 봤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해임은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며 해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징계사유의 전제가 된 사실관계는 모두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 비위의 정도가 원고를 대학으로부터 추방해 연구자·교육자로서의 지위를 박탈하는 결과에 이르게 할 정도로 중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교육공무원 징계 기준상 성희롱은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중과실인 경우’ 최대 정직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이 유형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직보다 중한 해임 처분은 과도한 징계라는 의미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A씨에 대한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은 취소된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측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