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또 다른 ‘위충현’ 등장 막아야

입력 2022-02-21 00:41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여야후보들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불철주야 뛰고 또 뛴다. 그러나 후보들의 열기와 달리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이번 선거에서 국민은 누가 대통령이 돼도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다만, 과거로 회귀하는 일만은 없기를 바라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대통령 1인에게 최강의 권력이 부여됐던 시기가 있었다. 그 ‘유신시대’에 대통령 경호실장 박종규와 차지철은 ‘각하’를 등에 업고 막강한 세도를 누렸다. 어느 도지사가 ‘각하’에게 담뱃불을 붙여주다 라이터 불이 확 피어올라 ‘각하’를 놀라게 하자, 도지사를 두들겨 패버렸다는 유명한 일화를 보면 그 시절 경호실장의 위세가 어떠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이렇듯 절대 권력자가 있으면 반드시 절대 권력자를 둘러싸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사람이 생기고 그들로 인한 권력형 비리가 독버섯처럼 피어난다. 권력형 비리는 대개 권력의 크기와 비례하기 마련이지만, 특히 권력자가 무능할 때 더욱 치명적으로 발생한다. 그리고 그들이 권력자에게 바치는 충성은 종국에는 그 권력자뿐만 아니라 나라까지 망치게 된다. 소위 ‘나라가 망하는 데에는 한 사람이면 충분’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만세(萬歲)’는 원래 중국 황제만이 받던 축원이었다. 조선왕은 ‘천세(千歲)’가 고작이었다. 그런데, 신하로서 ‘구천세(九千歲)’ 소리를 들었던 인물이 있다.

명나라의 환관 위충현. 위충현은 17세기 명나라의 무능한 황제였던 희종 천계제 시절에 요즘으로 치면 비서실장, 경호실장, 국정원장 자리를 꿰차고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그가 전횡했던 권력의 정도가 어떠했는지는 그에게 달라붙는 아부꾼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

절강순무 반여정은 ‘위충현을 위해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한 사당인 생사당을 건립하자’라는 어이없는 청을 넣어 받아들여지자 전국에 위창현 생사 건립 열풍이 불었다고 한다. 또 나이 일흔을 넘겨 위충현보다도 훨씬 연상이었던 예부상서 고병겸은 “어르신의 양아들이 되고 싶었으나, 어르신께서 허옇게 수염 난 아들을 싫어하실까 봐 제 아들을 손자로 삼으셨으면 합니다”라고 말하며 땅바닥을 핥았다고 하고, 병부상서 최정수는 위충현이 “글을 좀 아는 환관들이 있으면 좋겠는데”라고 하자 즉각 국자감으로 출동해서 공부하고 있던 생원들을 거세해버리고 “글 아는 환관 대령이옵니다”라고 했을 정도였다.

‘위충현’은 현대에도 다양한 형태로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유신시대 박종규, 차지철 등이 그랬고, 가까이는 국정농단을 불러온 최순실이 그랬다.

위충현의 말을 들어보자. “엄당(奄黨·환관들의 당)이 한 사람을 대신으로 올리고 재목으로 만드는 데는 몇 년도 부족하다. 하지만 누군가를 파멸시키는 데는 하루면 충분하다”

주권자인 우리가 정치를 외면하고 제대로 감시하지 않으면 어떤 괴물이 나타나 하루아침에 우리 삶을 망칠지 모른다. 박종규, 차지철, 최순실, 또 다른 ‘위충현’의 등장을 막아야 한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외면해서는 절대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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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