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유세 현장에서 때때로 예정에 없던 장시간 연설을 선보인다. 대본에 없는 애드리브를 섞어가며 즉흥적으로 연설하다 보니 길어지는 것이다.
민주당 선대위는 이 후보가 즉흥 연설을 길게 하다 자칫 실언을 할까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이에 연설 시간을 분 단위로 관리하는 조치까지 내놨다.
이 후보의 현장 유세 연설 시간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보다 긴 편이다. 지난 17~19일 두 후보의 연설 시간을 집계한 결과, 유세지 1곳당 평균 연설 시간은 이 후보가 약 25분, 윤 후보는 약 20분이었다.
이 후보는 또 연설 시간이 고르지 않고 아주 길 때가 있다. 17일 홍대 연설은 41분, 18일 광주 연설은 56분에 달했다. 반면 윤 후보의 최장 연설 시간은 35분(17일 용인)에 불과했다.
이 후보의 연설 시간을 결정짓는 주된 요인으로는 ‘현장 분위기’가 꼽힌다. 현장 반응이 뜨거울수록 화답하는 차원에서 말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대위는 이 후보가 애드리브를 하다 혹여 실언이 나올까봐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부동층에게는 선거 막바지의 실언 하나가 투표의 결정적인 변수”라고 말했다.
연설이 길어질수록 현장에서 메시지에 대한 집중도와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선대위에서는 이 후보의 연설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선대위 차원에서 연설 시간을 조절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현장 대변인에게 후보 연설을 분 단위로 체크해 관리하도록 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장시간 즉흥 연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메시지팀에서 써준 대로 읽는 건 이재명답지 못하다”며 “지난주 이 후보 연설 중 ‘저는 신천지와 맞짱을 떴다’ 같은 대목은 애드리브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생생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