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말 길어질라…분 단위 관리하는 선대위

입력 2022-02-20 18:0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경기도 안양중앙공원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유세 현장에서 때때로 예정에 없던 장시간 연설을 선보인다. 대본에 없는 애드리브를 섞어가며 즉흥적으로 연설하다 보니 길어지는 것이다.

민주당 선대위는 이 후보가 즉흥 연설을 길게 하다 자칫 실언을 할까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이에 연설 시간을 분 단위로 관리하는 조치까지 내놨다.

이 후보의 현장 유세 연설 시간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보다 긴 편이다. 지난 17~19일 두 후보의 연설 시간을 집계한 결과, 유세지 1곳당 평균 연설 시간은 이 후보가 약 25분, 윤 후보는 약 20분이었다.

이 후보는 또 연설 시간이 고르지 않고 아주 길 때가 있다. 17일 홍대 연설은 41분, 18일 광주 연설은 56분에 달했다. 반면 윤 후보의 최장 연설 시간은 35분(17일 용인)에 불과했다.

이 후보의 연설 시간을 결정짓는 주된 요인으로는 ‘현장 분위기’가 꼽힌다. 현장 반응이 뜨거울수록 화답하는 차원에서 말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경기도 안양중앙공원에서 지지자들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하지만 선대위는 이 후보가 애드리브를 하다 혹여 실언이 나올까봐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부동층에게는 선거 막바지의 실언 하나가 투표의 결정적인 변수”라고 말했다.

연설이 길어질수록 현장에서 메시지에 대한 집중도와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선대위에서는 이 후보의 연설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선대위 차원에서 연설 시간을 조절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현장 대변인에게 후보 연설을 분 단위로 체크해 관리하도록 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장시간 즉흥 연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메시지팀에서 써준 대로 읽는 건 이재명답지 못하다”며 “지난주 이 후보 연설 중 ‘저는 신천지와 맞짱을 떴다’ 같은 대목은 애드리브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생생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