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긴장감이 최고조에 도달하면서 이번 사태가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시절의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와 유사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 해를 기점으로 미국과 구 소련의 전면 대결이 벌어졌던 냉전시대가 확산됐던 것처럼 21세기판 미국·서방 대 러시아·중국의 신냉전시대가 열릴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령하는 순간, 세계는 새로운 형태의 ‘변종(hybrid) 신 냉전’ 체제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위기가 여러가지 측면에서 62년 쿠바 미사일 사태와 닮아있다”고 소개했다.
두 위기가 흡사한 것은 우크라이나와 쿠바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62년 당시 소련 지도부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직선거리로 145㎞ 밖에 떨어지지 않은 쿠바 산크리스토발 섬에 핵·탄도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 했다. 미국의 코앞에 대량살상용 공격무기를 배치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속셈이었던 셈이다.
반대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700여㎞ 떨어진 곳으로, 만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경우 러시아는 턱밑에 자신들을 겨냥한 서방의 첨단 공격무기를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이다.
쿠바 미사일 사태 당시 케네디 전 대통령은 카리브해 봉쇄를 선언했고, 미·소는 한동안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결하다 전면 핵전쟁 일보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케네디 대통령과 직접 전화담판을 한 니키타 후르시초프 당시 소련공산당 서기장의 미사일 배치 철회 결정으로 가까스로 해소됐다.
그러나 그 결과는 엄청났다. 후르시초프 서기장은 공산당 강경파에 의해 축출됐으며, 소련군이 체코·헝가리 민주화시위 사태를 강경 진압하면서 유럽이 미·소 전면전 위기로 치달았다. 이후 미국·서방 대 소련의 정치·경제·사회를 불문한 본격적인 냉전 체제 대결시대가 도래하게 됐다.
NYT는 “62년의 사태가 핵전쟁 위기였다면 우크라이나 사태는 그 정도는 아니다”면서도 “러시아군이 나토 가입국들과 직접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로 진군하는 순간, 나토군과 러시아군의 직접 전쟁이 야기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케네디 전 대통령이 ‘쿠바에 소련 미사일이 배치되는 순간 미국은 즉시 전면 타격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던 백악관의 이스트윙 집무실에서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동맹국과 함께 즉각 반격할 것’이라고 한 대목도 두 사태의 유사성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외교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만약 우크라이나 사태가 외교와 타협으로 해소된다 해도 앞으로의 세계는 또다시 미국·서방 대 러시아·중국의 무한대립이라는 신냉전 체제로 이행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