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사태’ 닮은 우크라이나… 변종 신냉전시대 열리나

입력 2022-02-20 17:26 수정 2022-02-20 17:44
17일(현지시간) 포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의 한 마을 주택에서 '휴전·전선 안정화 문제 감시 및 조정 공동센터'(JCCC) 관계자들이 주민과 함께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은 이날 동부 돈바스(도네츠크, 루간스크주) 지역에서 포격을 주고받았으며, 양측은 서로 상대측이 선제공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 긴장감이 최고조에 도달하면서 이번 사태가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시절의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와 유사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 해를 기점으로 미국과 구 소련의 전면 대결이 벌어졌던 냉전시대가 확산됐던 것처럼 21세기판 미국·서방 대 러시아·중국의 신냉전시대가 열릴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령하는 순간, 세계는 새로운 형태의 ‘변종(hybrid) 신 냉전’ 체제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위기가 여러가지 측면에서 62년 쿠바 미사일 사태와 닮아있다”고 소개했다.

두 위기가 흡사한 것은 우크라이나와 쿠바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62년 당시 소련 지도부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직선거리로 145㎞ 밖에 떨어지지 않은 쿠바 산크리스토발 섬에 핵·탄도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 했다. 미국의 코앞에 대량살상용 공격무기를 배치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속셈이었던 셈이다.

반대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700여㎞ 떨어진 곳으로, 만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경우 러시아는 턱밑에 자신들을 겨냥한 서방의 첨단 공격무기를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이다.

쿠바 미사일 사태 당시 케네디 전 대통령은 카리브해 봉쇄를 선언했고, 미·소는 한동안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결하다 전면 핵전쟁 일보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케네디 대통령과 직접 전화담판을 한 니키타 후르시초프 당시 소련공산당 서기장의 미사일 배치 철회 결정으로 가까스로 해소됐다.

그러나 그 결과는 엄청났다. 후르시초프 서기장은 공산당 강경파에 의해 축출됐으며, 소련군이 체코·헝가리 민주화시위 사태를 강경 진압하면서 유럽이 미·소 전면전 위기로 치달았다. 이후 미국·서방 대 소련의 정치·경제·사회를 불문한 본격적인 냉전 체제 대결시대가 도래하게 됐다.

NYT는 “62년의 사태가 핵전쟁 위기였다면 우크라이나 사태는 그 정도는 아니다”면서도 “러시아군이 나토 가입국들과 직접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로 진군하는 순간, 나토군과 러시아군의 직접 전쟁이 야기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케네디 전 대통령이 ‘쿠바에 소련 미사일이 배치되는 순간 미국은 즉시 전면 타격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던 백악관의 이스트윙 집무실에서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동맹국과 함께 즉각 반격할 것’이라고 한 대목도 두 사태의 유사성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외교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만약 우크라이나 사태가 외교와 타협으로 해소된다 해도 앞으로의 세계는 또다시 미국·서방 대 러시아·중국의 무한대립이라는 신냉전 체제로 이행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