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분쟁 지역 돈바스(도네츠크·루간스크주) 주민들이 갈수록 고조되는 전쟁 분위기에 혼란과 공포에 휩싸였다. 돈바스 지역 친러시아 반군 분리주의 정부가 관내 주민들을 러시아로 대피시키기로 하면서 주민들은 행선지도 모른 채 피난길에 오르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네츠크주 한 마을에 거주하는 인나 샬파는 자신의 세 아이들과 함께 국경을 넘었다. 그리고 러시아가 미리 준비해 둔 피난 버스를 탔다. 그는 그 버스가 어디로 가는지 몰랐지만 전쟁의 위험성 대신 미래의 불확실성을 택했다.
앞서 도네츠크 반군(DPR) 수장 데니스 푸쉴린은 어린이와 여성 등 6600여명이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로 대피했다고 밝혔다. 루간스크 반군(LPR) 수장 레오니트 파세치니크도 관내 주민들에게 최단 시일 내에 러시아로 떠날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는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쪽 국경검문소를 개방하고 피난민 캠프를 마련했다. 이어 이들에게 1인당 130달러(15만5000원) 지원 방침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돈바스 등 분쟁 지역에서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 포격이 최근 사흘 간 10배 증가했다. 매체는 최근의 이러한 무력시위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려는 구실을 만들기 위한 작전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이리나 베레시추크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점령지 재통합 장관의 말을 인용해 “모스크바가 도네츠크·루간스크 지역에 공황을 일으키려고 한다”고 전했다.
반군 지역 주민들도 반군 지도자의 말이나 러시아의 말을 100% 신뢰하진 않는 것으로 보인다. 반군 대피령에 국경을 넘지만 그들이 말하는 우크라이나군의 침공 가능성엔 의문 부호를 달았다. 피난길에 오른 한 주민은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았는데, 이젠 상관없다”며 “우린 평화를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포격이 있었던 루간스크 한 마을에 사는 다이애나 레베네츠는 “이번 포격 전에 6년 간 포격이 없었다. 러시아가 하는 평화로운 말이나 의도를 난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