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이승훈 쓴 韓 빙속 역사… ‘미래’ 정재원 잇는다

입력 2022-02-20 15:05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대표 정재원(왼쪽) 이승훈이 19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은메달, 동메달을 획득한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살아있는 전설’ 이승훈이 또 하나의 값진 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올림픽 역사를 새로 썼다. 스피드스케이팅의 ‘현재이자 미래’인 정재원은 2연속 은메달을 획득하며 이승훈의 왕좌를 물려받을 채비를 마쳤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듀오 정재원과 이승훈이 19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다. 정재원이 7분47초18로 은메달을, 이승훈이 7분47초20로 동메달을 땄다.

이승훈은 자신의 6번째 메달이자 첫 번째 동메달을 추가하면서 한국 역대 동·하계올림픽 최다 메달 공동 1위에 올라섰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을 시작으로 4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이승훈은 통산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하계에서 사격 진종오(금4, 은2)와 양궁 김수녕(금4, 은1, 동1)이 올림픽 메달 6개를 획득한 바 있다. 동계에서는 이승훈이 유일한 6개 메달 획득선수다.

이승훈의 발자취는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빙상의 역사이기도 했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이승훈을 향해 ‘아시아 선수는 장거리에 취약하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이승훈은 편견을 깨왔다.

2010년 처음 출전한 밴쿠버올림픽에서 아시아선수 최초로 장거리인 5000m 은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1만m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는 팀추월 은메달을 추가했고,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는 새로 생긴 종목인 매스스타트에서 초대 금메달을, 팀추월에서는 정재원 김민석과 은메달을 따내며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아시아 최다 메달 기록을 썼다. 특히 평창에서는 1만m, 5000m, 팀추월(3경기 9600m), 매스스타트(2경기 1만2800m)에 모두 출전하며 괴력을 과시했다.

베테랑인 이승훈은 여전히 은퇴 생각은 없지만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올림픽까지 선수로 뛸 가능성에 대해 “(기량이) 된다면 가는데 후배들이 그때까지 커야겠죠. 제가 가는 게 더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라며 말 후배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그의 바람을 충족시켜줄 후배 중 하나가 정재원이다. 2연속 올림픽 은메달을 획득한 정재원은 4년 전 평창올림픽 매스스타트에서 조연을 맡아 이승훈의 금메달 획득을 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당히 주연으로 나서 이승훈과 함께 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평창에서) 페이스메이커 작전을 수행하며 성장했기에 지금의 결과가 있다”며 “승훈이 형과 함께 시상대에 올라 있어서 더 기쁘다”고 말했다.

아직 21세에 불과한 정재원은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다. 그간 한국의 레전드 이승훈과 훈련하면서 노하우를 직속으로 전수받기도 했다. 정재원은 4년 뒤 올림픽에서의 메달을 따내겠다는 각오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더 성장해서 더 많은 종목에 출전하고 싶다”며 “더 나은 선수가 돼 메달을 더 따내고 싶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