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님, 계속 돌아다니지 마세요” 서울은현교회 메타버스 수련회

입력 2022-02-20 14:33 수정 2022-02-20 19:05
서울은현교회 청년들이 19일 메타버스 게더타운에서 수련회를 갖고 있다. 서울은현교회 제공

“○○형제님, 계속 돌아다니지 마세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한칸씩 띄고 앉아주세요.” 누가 들으면 오프라인에 행사에서 사회자가 하는 얘기 같다. 하지만 서울은현교회(최은성 목사)가 19일 메타버스(Metaverse·가상 공간) 게더타운에서 한 청년부 수련회 ‘연애와 결혼을 위한 야매상담‘에서 진행자 천호림(38) 강도사가 한 말이다. 한 참가자가 자기 아바타로 계속 강연장을 걸어 다니고 참가자들이 붙어 앉았기 때문이다.

강사 오선화(44) 작가 역시 “메타버스 강연은 처음”이라며 신기해 했다. ‘교사, 진심이면 돼요’ ‘그저 과정일 뿐이에요’ ‘야매상담’ 등의 저자인 오 작가는 오랫동안 교회학교 교사로 봉사하면서 청소년들의 멘토 역할을 왔다. 그는 “연애에서 중요한 원칙은 서로 동등하게, 신뢰하고, 배려하고 사랑하는 것”이라며 “‘팔 빠지는’ 관계나 연애는 건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오 작가는 ‘이성 친구가 내게 계속 이래라 저래라 이야기하는데 불편하다’는 말에 답하면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일방적인 요구나 바람에 끌려가는 것은 좋지 않다. ‘팔이 빠질 수 있는’ 위험한 관계다. 서로 동등하게 발을 맞춰가는 동행이 좋은 연애”라고 설명했다.

오 작가는 좋은 관계를 위해 배려가 중요하고 참된 배려를 위해 상대방의 의견을 물어보는 습관을 가지라고 했다. 오 작가는 “남자친구에게, 여자친구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자기 생각을 나눠보고 서로를 배려하라”고 했다. 그는 가장 좋지 않은 연애의 결말로 ‘잠수 이별’(연락을 끊는 방식으로 헤어지는 것)을 들었다. “요즘 연락 두절 방식으로 헤어지거나 카톡으로 이별 통보한다는데 배려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오 작가는 “타인을 사랑하려면 ‘하나님이 사랑한 나’를 내가 먼저 사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나님, 나, 타인의 순서로 사랑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는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다. 영화 속에는 이종석이나 수지처럼 근사한 오빠, 여동생이 있지만 현실에선 우리 모두 ‘오징어’ 수준이다. 연애나 사랑은 상처 많고 불완전한 내가 또다른 상처 많고 불완전한 누군가를 사랑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크리스천만을 만나야 하냐는 질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크리스천을 만나면 좋지만 확률적으로 기독교인 비율이 매우 낮고,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길 바란다. 성품이 좋고 나와 대화가 잘 되는 사람을 만나라. 만난 뒤 내가 사랑하나는 하나님을 전하면 좋겠다. 결혼 전에 세례를 받게 하면 좋다”고 했다.

30여명이 참여한 수련회는 실시간 반응과 질문이 가능해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였다. 비대면이라 코로나19 확진자도 참여했다. 천 강도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오프라인 수련회를 모두 기획했다가 최근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며 “다양한 형태를 고민하다 딱딱한 형태의 줌보다는 캐릭터가 있는 메타버스를 시도했다”고 했다. 청년부 김세영(24)씨는 “참가자가 할 수 있는 게 많아서 재미있었다”고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