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주변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달한 주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동맹과 러시아가 양보 없는 힘의 대치를 이어갔다. 서방 동맹은 러시아를 향한 강력한 제재를 망라하며 경고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략핵무기 훈련을 참관하며 응수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이 커졌다는 보고를 받고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미국은 동맹, 파트너와 함께 크고 전례 없는 경제적 대가를 부과할 것”이라며 “제재는 러시아의 금융 기관과 핵심 산업을 겨냥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더 큰 움직임을 보게 될 수 있다”며 나토 동부 지역 병력을 추가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우리는 러시아에 전략적인 중요성을 지닌 개인과 회사를 제재할 것”이라며 “그들이 런던 자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핵심 기업들과 푸틴 대통령의 측근 기업들을 대거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등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도 이날 뮌헨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논의한 뒤 공동성명을 내고 러시아에 외교적 해법을 찾는 길에 들어서라고 촉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회의에 참석해 “폭격이 시작되면 제재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즉각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시작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 상황실에서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함께 핵을 탑재할 수 있는 극초음속 탄도 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을 지켜봤다. 러시아 국영 언론은 푸틴 대통령이 훈련을 직접 참관하는 모습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번 훈련에는 핵무기를 운용하는 항공우주군과 전략미사일부대, 흑해함대, 북부함대 등이 총동원됐다.
AFP, 가디언 등은 “우크라이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벌어진 대규모 훈련”이라며 “서방을 향한 무력 과시”라고 보도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으며, 국가안보팀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최신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며 “언제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아 이를 논의하기 위해 20일 NSC를 소집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