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공언했던 中 베이징 올림픽 “실제 19조원 썼다”

입력 2022-02-20 08:25 수정 2022-02-20 09:58
지난 4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마지막 성화 봉송자의 점화 후 눈꽃 조형물 속 성화가 피어오르고 있다.

중국이 저비용 대회로 치르겠다고 공언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실제로는 당초 계획보다 5배 이상의 비용이 들어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가 정부 조달 공고와 건축 기록, 관련 부처와 지방정부의 공개 문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중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최소 160억 달러(약 19조1000억원)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림픽 개막식 참석 외빈 환영연회 주최하는 시진핑. 연합뉴스

이는 중국이 2014년 대회 유치 과정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과거 다른 동계올림픽보다 훨씬 적은 30억 달러(약 3조6000억원) 정도를 지출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과 크게 다른 수치다.

당시 중국이 경쟁 후보였던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누르고 개최국으로 선정된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이 2008년 열렸던 베이징 하계올림픽 시설을 재활용해 비용을 이처럼 절감하겠다고 약속한 것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이번 올림픽 시설 중 최소 10개는 처음부터 새로 지은 것으로 파악됐다. WSJ는 이번에 올림픽 시설과 관련한 초과 지출만 8억 달러(약 9600억원)가 넘는다는 추산을 내놨다.

또 베이징시와 민간 파트너들이 시설 신축 또는 개보수에 투입한 비용도 애초 예상치인 15억 달러(약 1조8000억원)보다 8억 달러 더 많은 23억 달러(약 2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특히 중국이 IOC에 보고한 예상 비용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지출한 것은 애초에 간접 비용을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통상 개최 신청국은 간접비를 예산 전망치에 포함하는 데 반해 중국은 처음부터 간접비를 빼고 예상 비용을 써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실제 올림픽에 대비해 쓴 간접비용은 그 어떤 비용보다도 컸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은 대회가 치러지는 베이징과 허베이성 장자커우 사이의 고속열차와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데 120억 달러(약 14조3000억원)를 지출하는 등 총 130억 달러(약 15조5000억원) 이상의 간접 비용을 썼다.

또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인해 들어간 비용도 다른 변수였다. 중국은 최소 6800만 달러(약 813억원)를 예상 밖의 코로나19 비용으로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상황은 반면 중국이 예상했던 매출을 사라지게 한 요인이기도 했다. WSJ는 중국이 코로나19 유행 탓에 1억 달러(약 1200억원) 이상으로 예상한 관람객 매출을 날리게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뿐 아니라 1960년 이래 치러진 모든 올림픽이 애초의 예산을 초과했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2020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960∼2016년 치러진 모든 올림픽이 예산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저자 중 1명인 벤트 플리비에르 교수는 WSJ에 “중국과 베이징은 이번 올림픽을 개발 프로젝트로 활용했다”며 “이러한 (개발) 비용을 올림픽 비용에 포함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