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깃발 작전 개시”… 현실화하는 러 침공 시나리오

입력 2022-02-20 08:20 수정 2022-02-20 11:09

공격 빌미를 만들기 위한 ‘가짜 깃발 작전’, 친러 반군 세력 등을 동원한 국지전 등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나리오라며 제시한 장면들이 현실화하고 있다. 돈바스(도네츠크·루간스크주) 반군 세력 도발이 주말 사이 급증했는데, 미국은 전쟁을 유도하려는 기만 작전의 일부라고 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따르면 돈바스 등 분쟁지역에서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 포격이 최근 사흘간 10배 증가했다”며 “반군 포격으로 우크라이나 정부군 군인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정부군과 반군 간 포격전 등으로 휴전협정(민스크 합의) 위반 사례가 지난 18일 1500여 건, 19일 2000여 건 집계됐다고 밝혔다. 정부군과 반군은 각각 상대방이 먼저 포격을 가해 응사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FP·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분쟁 지역을 순찰하던 데니스 모나스티르스키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이날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벌어진 박격포 공격에 피신하기도 했다. 공격이 이뤄질 때 AFP, CNN 등 기자단도 함께 있었다. 우크라이나군은 용병들이 도발하기 위해 동부 지역에 도착했다고 성명을 내기도 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뮌헨 안보회의에서 “지난 48시간 동안 일어난 일은 거짓 도발을 만들어 내고, 이에 대응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로운 공격을 감행하는 준비된 시나리오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친러 반군 세력의 도발이 교전을 확대해 궁극적으로 러시아 개입을 정당화하려는 계획이라는 의미다.

실제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과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친러 반군이 통제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주에 박격포와 수류탄 공격을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선제공격으로 국지전을 일으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CNN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장악한 친러 반군 등이 전날 공개한 군 총동원령 영상 등이 사전 제작된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수장인 데니스 푸쉴린은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올린 영상에서 “정부군과의 전투 위험이 많이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 오늘 2월 18일 나는 총동원에 관한 법령에 서명했다. 모든 예비역 동포들이 군 모병사무소로 오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공격에 대비해 주민들을 러시아 연방으로 대피시키겠다고도 했다. 얼마 후 또 다른 친러 반군 조직(자칭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수장 레오니드 파세츠니크도 군 총동원령 등 내용을 발표했다.

그런데 AP통신, CNN 등이 해당 영상의 메타데이터를 확인했더니 영상 생성 날짜가 모두 이틀 전인 지난 16일이었다. CNN은 “텔레그램 동영상은 파일 생성 날짜를 메타데이터에 보유하고 있고, 업로드되면 수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전이 확대되기 전 이미 관련 영상을 사전 제작해뒀다는 의미다.

가디언도 “친러 반군 세력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가스 파이프라인에 폭발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며 “러시아가 침략의 구실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고 보도했다. 실제 반군은 폭발 장면을 찍은 영상을 공개하며 우크라이나 정부군 소행이라고 주장했고, 러 국영언론도 우크라이나 포격과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러 연방수사위는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의 자국 영토 내에 우크라이나군이 쏜 포탄이 떨어져 폭발했다는 자국 언론 보도와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투가 위험할 정도로 임계점에 가까워졌다. 러시아가 침공 구실로 내세울 것이라고 묘사된 징후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야권 성향의 러시아 민영방송 도쉬티 TV 인터뷰에서 “우리 정보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이 어떻게 러시아 국민의 필요와 이익에 들어맞는지 이해가 안 된다. 키예프가 공격받으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은 침공에 대응해야 한다면 그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실제로 일어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우린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