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성추행’ 의대생에 무기 정학, 잘못보다 무겁다”

입력 2022-02-20 07:24 수정 2022-02-20 09:49

같은 학교 선후배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학교로부터 무기정학 처분을 받은 의대생이 징계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이정민)는 A씨가 소속 대학을 상대로 낸 무기정학 처분 취소소송에서 “잘못에 비해 무기정학 처분은 너무 무겁다”며 “무기정학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A씨는 2020년 1월 같은 학교 선배와 술을 마시다 뒤에서 껴안은 혐의(강제추행)로 같은 해 9월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학교 후배가 술에 취해 잠든 틈을 타 옷을 벗겨 추행한 혐의(준강제추행)도 받았다.

검찰이 A씨를 기소하자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대학 학생생활위원회에 알렸다. 대학 측은 2020년 11월 A씨에게 무기정학 처분을 내렸고, A씨는 혐의를 부인하면서 징계 처분이 너무 무겁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A씨 측은 법정에서 후배에 대한 준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피해자가 만취한 상태에서 스스로 옷을 벗은 것’이라고 항변했고, 선배를 껴안은 행위도 ‘호감이 있는 젊은 남녀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준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피해자의 기억이 정확하지 않고 관련 증거가 부족해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선배를 뒤에서 껴안은 행위에 대해서는 “이른바 기습추행으로 강제추행에 해당된다”면서 징계 사유로 인정했지만 “비행의 정도에 비해 균형을 잃은 과중한 징계처분”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고소당한 후 사과문을 보내는 등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 점, 유사 사건에서 해당 대학이 유기정학 9개월의 처분을 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대학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앞서 A씨에 대한 형사재판에서도 강제추행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형 200만원이 선고됐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