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차의 전동화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중·대형 트럭은 전환 속도가 상당히 더디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선 중·대형 트럭의 친환경화가 필수인 상황에서 관련 충전 인프라 구축과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볼보트럭은 이르면 올해 말 한국에 처음으로 대형 전기트럭을 출시한다. 볼보 대형 전기트럭은 급속 충전시 1시간 30분 이내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하고 1번 완충시 300~350㎞를 주행할 수 있다. 13ℓ 디젤 엔진을 능가하는 670마력의 성능을 발휘한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충전 인프라 확보다. 현재 공공 전기충전소는 대부분 승용차 전용이다. 중·대형 전기트럭의 충전이 가능한 충전소는 거의 없다.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가 대형 전기트럭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향후에도 중·대형 트럭용 전기충전소 확충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수소트럭의 경우 정부는 화물차용 대용량 충전소를 매년 두 곳씩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 상용차량의 폭(너비) 상한 규제가 중·대형 트럭의 친환경화를 막는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상용차 너비 제한이 2.55m인데 한국은 2.5m다. 대부분 글로벌 트럭 제조사가 친환경 트럭의 폭을 2.55m에 맞춰 생산하는 상황에서 5㎝ 차이로 한국 출시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볼보트럭은 대형 전기트럭을 한국 시장에 내놓기 위해 폭 2.5m짜리를 따로 제작할 계획이다. 호주도 상용차 폭 규제가 2.5m였지만 유럽 자동차 업체의 건의를 수용해 지난해 10월 2.55m로 늘렸다. 당시 호주 교통청은 “뉴질랜드에서 실증한 결과 교통 안전에 위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는 지난해 한국 정부에 “친환경차 보급을 위해 상용차 너비 기준에 5㎝ 유연성을 부여해 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수소트럭 엑시언트를 2020년 스위스에 수출했고 올해 북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지만 이런 난관 때문에 정작 국내에서는 시범 사업 차원으로만 운행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트럭도 지난해 10월 양산을 시작한 대형 전기트럭 e악트로스의 한국 수출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선뜻 결정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화물차는 전체 자동차 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 수준이지만, 배출하는 초미세먼지 양은 자동차 전체 배출량의 약 24%를 차지한다. 2.5t 이상 중·대형 트럭은 한 해 2만대 정도 신규 등록되는데 대부분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디젤 연료가 쓰인다. 이 때문에 미국은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15개 이상 주에서 2050년까지 ‘중대형 차량 배출가스 제로’를 목표로 설정했다. 유럽은 2030년까지 대형 트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30% 이상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는 1t 전기트럭만 있을 뿐 중·대형 전기트럭은 없다. 친환경 차량이 대세가 아닌 필수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충전 인프라 확충과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