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커피 시장이 시끌시끌합니다. 스타벅스가 커피값을 올리면서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줄줄이 가격을 인상했고, 심지어 스틱 커피를 만드는 업체들까지 가격을 올렸으니까요. 당장 커피값이 부담되는 것도 문제지만 왠지 불안해집니다. 예전부터 들려오던 ‘커피 위기’ ‘커피 멸종’ 같은 단어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거든요.
대체 커피 원두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정말 미래에는 커피를 마음껏 마시지 못하는 날이 올까요? [에코노트]가 들여다봤습니다.
기후 변화에 민감한 커피… 원두 재고량 22년 만에 최저치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대부분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 원두입니다. 맛과 향이 풍부한 아라비카는 세계 커피 생산량의 60~70%를 차지하는 고급 커피인데요. 스타벅스 등 프랜차이즈에서 ‘100% 아라비카 커피’라고 써붙인 걸 자주 보셨을 겁니다.
아라비카보다 훨씬 저렴한 로부스타는 주로 인스턴트 커피에 쓰입니다. 넓은 의미로 커피 나무에 속하는 건 100여종인데, 우리가 소비하는 품종은 사실상 두 종류인 셈입니다.
커피 나무는 열대 고지대에서 자랍니다. 비가 적당히 와야하고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서도 안되는, 상당히 까다로운 식물이죠. 특히 아라비카는 온도 변화에 굉장히 민감해서 15~24도 사이를 유지해야 한다고 합니다. 아라비카보다 카페인이 많은 로부스타는 24~30도에서 잘 자라고 상대적으로 병충해 등에 좀더 강합니다.
기후위기로 커피가 사라질 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커피가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줄어들고 있거든요.
세계 커피 원두의 3분의 1 이상을 생산하는 브라질은 지금 10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으로 시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에는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서 폭설이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상기후로 커피를 비롯한 농작물들이 말라 죽고, 얼어 죽었습니다. 지난해 브라질의 커피 생산량은 전년과 비교해 22%나 줄었습니다. 커피나무는 열매를 맺기까지 3~5년이 걸리기 때문에 피해를 회복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브라질의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세계 아라비카 원두 재고량은 2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재고가 감소한다는 건 공급이 수요를 쫓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세계 2위 커피 생산국인 베트남 역시 이상기후를 겪고 있고, 심지어 코로나19 봉쇄조치로 커피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미 커피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아라비카, 2040년에 멸종? 계속되는 ‘나쁜 전망’
사실 이런 현상은 일찍이 예견됐습니다. 2016년 호주기후연구소는 2050년까지 세계 커피 재배 지역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며, 2080년에는 야생 커피가 멸종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2019년 영국에서 나온 연구도 비슷합니다. 영국 큐 왕립식물원을 포함한 공동연구팀은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2038년에 커피 생산량이 40~50%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2040년이 되면 아라비카와 로부스타가 사실상 멸종하거나 거의 찾아보기 힘들 거라고 내다봤죠.
최근 스위스 연구팀도 아라비카 경작 여건이 2050년까지 급격하게 나빠질 거라고 발표했습니다. 주요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 베트남,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모두 기후변화의 심각한 영향을 받아서 커피를 재배할 수 있는 면적이 크게 줄어들 거라는 분석입니다. 결국 연구팀은 기후변화에 견딜 수 있는 새로운 커피 품종을 개발하거나, 품질은 떨어지지만 로부스타로 재배 품종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알 수 없는 커피의 미래… 새 품종 찾기·세포배양까지
기후위기는 커피의 생산량 뿐 아니라 품질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커피 작물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맛과 향이 달라지는 거죠. 아라비카나 로부스타가 기후변화에 잘 적응해 살아남더라도 그 커피맛은 오늘, 이 순간 누리는 커피와는 다를 겁니다.
그럼 대안은 있을까요? 지난해 해외 식물과학자들은 기후변화에도 강하고 아라비카와 맛이 비슷한 야생 품종을 발견했습니다. 이름은 스테노필라(Stenophylla)입니다. 이 커피 나무는 코트디부아르 외에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시에라리온 야생에서 자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구진이 스테노필라 커피콩으로 커피를 만들어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 결과, 80%가 넘는 심사위원이 아라비카와 스테노필라를 구별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이 야생 커피가 아라비카보다 최소 6도 더 높은 온도에서도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커피콩 없이 만드는 커피도 등장했습니다. 핀란드 국가기술연구소(VTT)가 지난해 ‘세포배양 커피’를 시험 생산하는 데 성공했거든요. 연구진은 커피를 경작하는 대신 커피 나무 잎에서 세포를 추출해 커피를 만들었습니다. VTT는 4년 내 유럽과 미국에서 규제 승인을 얻어 세포배양 커피를 상용화할 계획입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가 금방 와닿지는 않으시겠죠. 여전히 우리 주위에는 수없이 많은 카페가 있고, 바깥에서 사먹는 커피가 비싸면 나름의 ‘홈카페’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커피를 10년 뒤, 20년 뒤에도 지금처럼 즐길 수 있을까 묻는다면 선뜻 답을 내리지 못하는 시기가 오고 있다는 거죠. 커피를 당연하게 누리고 싶은 만큼, 우리에게도 작은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일상에서 한번 더 환경을 생각하는 것, 일회용컵보다는 다회용컵을 사용하는 것. 그게 바로 ‘한 잔의 행복’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일지 모릅니다.
‘환경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죠?’ 매일 들어도 헷갈리는 환경 이슈, 지구를 지키는 착한 소비 노하우를 [에코노트]에서 풀어드립니다. 환경과 관련된 생활 속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